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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칼럼25

이맘때면 창원대로를 달려보라 이맘때면 창원대로를 달려보라 가을이다. 이맘때쯤이면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창원대로를 달려봄직하다. 해가 어중간히 무학산을 넘으려 할 때가 딱 좋다. 창원터널 쪽에서 동마산을 향해 가면서 좌우의 가로수를 보라. 석양에 불그레 물든 벚나무와 그 뒤를 호위병처럼 지키고 선 메타셰콰이어가 있다. 근 40리에 걸쳐 반듯하게 뚫린 창원대로에는 차도 쪽에 벚나무가 그 바깥쪽에 메타셰콰이어가 도열하여 있다. 조성된 지 40년이 된 이 가로수를 당시에 누가 설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멋진 조합을 구상한 그 분에게 찬사를 보낸다. 앞쪽의 벚나무는 발랄하다. 겨울을 넘기고 나면 화사한 꽃을 피워 봄을 불러오고 가을이면 알록달록한 단풍으로 또 한 번의 꽃을 피워 한 해의 마무리를 장식한다. 반면에 키 큰 메타셰콰이어는 .. 2021. 10. 29.
[허성원 변리사 칼럼] #47 도산서원의 '쥐구멍의 지혜' 도산서원의 '쥐구멍의 지혜' 퇴계 이황 선생을 모신 도산서원(陶山書院)에는 본관인 전교당의 한편에 관리자들이 거처하는 고직사(庫直舍)가 있고, 그곳에는 곡식 등을 보관하는 곳간이 여러 개 있다. 그 곳간들의 문짝에는 특이한 것이 있다. 문이 닫히면 아래쪽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구멍이 생긴다. 그것은 쥐구멍인 동시에 고양이 구멍이라고 해설가가 설명한다. 쥐가 들락거리며 곡식을 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동시에, 쥐를 잡는 고양이도 들락거리며 제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는 말이다. 잠시 갸우뚱 혼란이 오는 듯 했지만, 금세 그 대단한 지혜에 무릎을 치게 된다. 쥐는 천성적으로 먹을거리만 있는 곳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든 반드시 쥐구멍을 만들어 침투하기 마련이다. 하물며 나무와 흙으로 지은 곳간이라면.. 2021. 10. 23.
[허성원 변리사 칼럼] #46 이끄는가 보좌하는가 지키는가 받드는가 이끄는가 보좌하는가 지키는가 받드는가 논공행상(論功行賞)은 공(功)을 논하여 상(賞)을 시행하는 일이다. 전쟁에서 승리하거나 정변 등으로 권력을 잡았을 때 상을 베풀어 공신들의 충성심을 고취시키고 권력의 유지와 강화를 도모한다. 그러나 논공행상이 공정과 적정에 실패하면 신뢰가 무너지고 분란이 일으켜 오히려 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스타트업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실적이 오르고 투자가 넉넉히 유치되면 경영자는 그동안 고생해온 팀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베풀어야 한다. 다들 나름 기대한 바가 있을 것이고 사람마다 능력, 역할, 기여가 모두 달라 차등이 불가피하니 경영자들의 머리가 아프지 않을 수 없다. 고민하는 그들에게 진문공(晉文公, 재위 BC636~628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진문공은 제환공(齊桓.. 2021. 10. 16.
[경남시론] 삐치지 말자 삐치지 말자 아내가 삐쳤다. 갈 길은 먼데 뾰로통하니 입과 눈을 닫고 인상만 쓴 채 옆 자리에 있다. 삐친 이유야 내가 제공하긴 했지만 대화가 막히니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갑갑함에 슬슬 화가 치밀어 이제는 내가 입을 닫고 더 삐친다. 내 삐침은 좀 오래 간다. 냉랭함이 길어지면 그제야 아내가 슬그머니 달래려 들지만 나는 더욱 뻗댄다. 그렇게 소모적으로 삐치고 화내고 질질 끌다 마지못해 풀리고 그러는 게 우리 부부의 삐침 공식이다. 무척이나 피곤한 일이다. 삐친 아내보다 삐친 나 스스로를 다루기가 훨씬 더 힘들다. 한 작은 모임에서 친구가 회장을 맡게 되었다. 그는 취임 인사에서 회원들에게 딱 한 가지만 부탁한다며 한 말이 '삐치지 말자'였다. 듣는 순간에는 다들 크게 웃고 넘어갔지만, 그 말은 오랫동안.. 2021. 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