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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118

[허성원 변리사 칼럼] #18 찌그러진 제기와 깨진 밥그릇 찌그러진 제기와 깨진 밥그릇 아들이 졸업을 앞두고 학교 기숙사에서 나올 때였다. 개인 물건들을 싣고 와야 하는데 아무래도 승용차가 좁다. 그래서 아들이 의자 두 개 중 상태가 나쁜 것을 버리자고 한다. 살펴보니 그 의자는 입학 때 샀던 것이다. 등받이가 좌우로 나뉘어져 있고 허리받침도 있어, 바른 책상 자세를 위해 다소 비싼 감이 있었지만 큰마음 먹고 사주었다, 역시 상태는 별로이다. 지저분하고 낡은 데다 등받이는 덜렁거린다. 공간이 부족하니 정말 버리고 가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아들의 체취가 수년간 배어있는 물건을 어찌 함부로 쓰레기장에 버릴 수 있나. 가만히 보니, 달아난 나사를 구해서 채우고 더러워진 걸 닦아내면 그런대로 쓸 만할 것 같다. 그래서 가져가야 한다고 우기며, 부득부득 이래저래 자세를.. 2021. 4. 11.
‘벼리’를 놓치지 마라 ‘벼리’를 놓치지 마라 제문(祭文)이나 축문(祝文)은 항상 ‘벼리 維(유)’ 자로부터 시작한다. 이 글자를 무수히 쓰고 들었지만 그 뜻이나 쓰인 연유를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그러다 돌연 궁금하여 사전을 찾아보았다. ‘維’의 훈인 ‘벼리’는 '그물의 위쪽 코를 꿰어 놓은 줄. 잡아당겨 그물을 오므렸다 폈다 한다'라 설명되어 있다. 그물을 조작하는 밧줄이라는 말이다. 오므렸다 폈다 한다고 하니 아마도 당초에는 투망 형태의 그물에 쓰였던 모양이다. 그 뜻을 알고 보니 '벼리 유(維)' 자가 축문 등의 발어사(發語辭)로 쓰이게 된 연유를 대충 짐작할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끈인 '벼리'를 통해 제관의 정성을 축문으로 전하여, 인간과 귀신을 영적으로 잇게 하려는 정성스런 뜻이라 상정해볼 수 있겠다. 그.. 2021. 4. 8.
[허성원 변리사 칼럼] #17 수레를 높이려면 문지방을 높이게 하라 수레를 높이고 싶으면 문지방을 높이게 하라 구두닦이는 구두에서 그 주인의 인생을 본다고 한다. 변리사는 기업의 특허 현황을 보고 그 회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가늠한다. 특허는 기업의 핵심역량이기에, 주력 품목의 변화, 기업의 비전 혹은 시장지배력 등이 그곳에서 모두 드러나기 때문이다. 특허는 기업의 창조역량이기도 하다. 특허출원의 추이를 보면 기술 개발에 대한 기업의 의지와 그 방향을 알 수 있다. 또 특허의 발명자들로부터 핵심 기술 인력을 파악할 수 있다. 발명자가 다양하면 그 회사의 집단창의력은 건강하다. 그런데 대표이사나 연구소장 등 소수의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다면, 그들의 유고 시 그 회사의 창조력이 지속되지 못할 우려가 있어 불안하다. 집단창의력과 관련하여, 경영자들은 소속 연구원들의 열정이.. 2021. 4. 3.
'어린 왕자'의 사업가와 아버지 **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여행을 하던 중에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네 번째 별에서 만난 사업가는 너무도 바쁘게 계산에 몰두하고 있다. 어린 왕자가 무엇을 계산하는 지 묻자, 그가 대답하면서 다음과 같이 대화가 이어진다. "게으른 사람들을 공상에 빠지게 하는 그 황금색의 작은 것을 말이야. 하지만 나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거든! 공상이나 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 - 아! 별을 말씀하시는군요? "맞아, 바로 그거야. 별." - 근데, 오억 개의 별로 뭘 하는데요? "아무것도 안해. 그냥 가지고 있을 뿐이야." - 그렇다면 별을 가지는 게 뭐에 소용이 되는데요? "부자가 되는 데 소용이 되지." - 그럼 부자가 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어요? "다른 별을 사는 데 소용이 되지." .. - 그럼 아저씨.. 2021.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