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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원 변리사 칼럼]#113 건빵 이론 건빵 이론 건빵은 군 생활 추억의 식품이다. 먹을 게 귀하던 그 시절에 군대에서 참 많이도 먹었다. 주로 간식으로 나눠주지만, 때론 전투식량이라고 해서 미숫가루와 함께 비상시의 식량이 되기도 했다. 건빵 배급이 넉넉했던 전방에서는, 굽고, 튀기고, 삶고, 졸이고, 불리는 등 온갖 짓으로 다양하게 조리를 해먹기도 했었다. 그런데 건빵에는 배꼽처럼 생긴 구멍이 두 개 뚫려있다. 왜 구멍이 뚫려있을까? 그 이유를 어느 제빵 전문가에게서 들었다. 건빵을 구울 때 내부에서 발생한 수증기가 적절히 배출되지 않으면 빵이 과도하게 부풀어서 터져버린다. 그 구멍은 수증기 배출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2개인가? 더 많을 수도 있지 않은가. 구멍이 많아 증기가 너무 빠지게 되면, 건빵이 비스킷처럼 납작해져버려서 그.. 2023. 6. 2.
오월 五月 - 피천득 오월 五月 -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 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득료애정통고, 얻었노라 사랑의 아픔을) 失了愛情痛苦(실료애정통고, 버렸노라 사랑의 아픔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 2023. 5. 31.
챗GPT를 잘못 이용한 변호사의 최후 챗GPT를 잘못 이용한 변호사의 최후 맨해튼에서 한 개인의 상해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가 법원에 자비를 구했다. 그 변호사의 잘못은 무엇일까? 그는 연방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서 판례를 6건 인용하였다. 그런데 그 판례는 존재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판례 검색을 AI 챗봇인 ChatGPT에게 맡겼는데, 이 챗봇이 완전한 가공의 판례를 창작해낸 것이다. 이 해프닝의 주인공 변호사 스티븐 A. 슈워츠는 객실 승무원의 카트가 무릎을 쳤다는 이유로 아비앙카 항공을 제소한 사람을 대리하였다. 그는 ChatGPT를 처음 사용하였는데, AI가 판례까지 지어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 변호사는 ChatGPT에게 그런 판례가 정말 존재하는지를 물어보기까지 했는데, ChatGPT는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판례 조작.. 2023. 5. 29.
갈등에 관한 근거 없는 비생산적인 믿음 4가지 (** Nate Regier의 글 '갈등에 관한 근거 없는 비생산적인 믿음 4가지'를 요약하였다.) 갈등이란 말을 좋게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말을 들으면 대부분 '달아나라,' '누군가가 상처를 입었군,' '난 그런 상황이 싫어,' '싸움,' 등의 부정적인 언어를 떠올리게 된다. 갈등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는 대체로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4가지 오해에 기인한다. 1. 평화는 갈등이 없는 것이다 고요함을 평화라고 혼동하지 말라. 고함소리가 없다고 해서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많은 조직들이 자신들은 평화롭다고 말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견이 있음에도 다툼을 피하려고 목소리를 낮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 조직 내에서는 수동공격적 인신공격(Passive-aggressive gossip)이나 조작.. 2023. 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