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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0

[촉석루칼럼] 나는 나의 욕망을 욕망하고 싶다 _191023 나는 나의 욕망을 욕망하고 싶다 쇼핑 알레르기인가. 아내의 등살에 백화점에 끌려가면 그저 온몸에 힘이 쫙 빠지고 잠과 짜증이 밀려온다. 아무리 버둥거려도 두어 시간은 곱다시 포로 신세다. 나와 같은 증세를 호소하는 남자들이 많다. 그저께 가을 재킷을 사야 한다고 끌고 가며 아내가 댄 이유는, ‘남들 앞에 자주 서는데’, ‘남들 보는 눈’, ‘마누라 체면’ 등이다. 그 말 중에 ‘나’는 없다. 쇼핑은 오로지 ‘타인’을 위한 것이다.생각해본다. 지금 나의 삶은 내가 원한 모습인가? 집, 차 등 물건, 만나는 사람, 나가는 모임, 이끄는 조직, 이 모두가 내가 욕망한 것인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홀로 살면 굶주림과 추위만 피할 수 있으면 내 욕망은 족하리라. 필시 내 삶은 ‘타인의 욕망’이 지배하고 있다... 더보기
[촉석루칼럼] 굶어죽어도 씨앗을 베고 죽는다 _ 191016 굶어죽어도 씨앗을 베고 죽는다 우리 집은 양파 농사를 많이 지었다. 아버지는 일 벌이는 손이 크셔서 남의 논을 빌려서까지 짓기도 했다. 벼농사 없는 겨울 비수기에 양파는 정말 알뜰한 환금 작물이었다. 그런데 양파는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 수년에 한 번은 꼭 폭락하는 것이다. 당시 정부의 시장 관리가 부실하여 농민들의 자율에 의존하다보니, 과잉 생산에 따른 폭락과 그 피해를 피하기 힘들었다. 못다 판 양파는 집으로 가져와 마당에 황태덕장처럼 널어두고 팔릴 때마다 조금씩 출하했다. 이내 한여름이 오고 일부 썩어나기 시작한다. 동네 입구에 들어서기만 해도 그 썩는 내가 느껴졌으니, 보통 민폐가 아니었다. 썩은 것을 골라내는 일은 누나들의 몫이었다. 수줍은 소녀 시절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양파는 끊임없이 썩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