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9.03.24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2. 2019.03.02 그림자는 그늘에 쉬게 하라!

* 2014년 오늘 페북에 올렸던 글 *


달리 공포의 중2가 아니다.
이 녀석들이 무서워서 북이 도발을 하지 못한다는 말도 있다더니..

중2 아들놈이 어제 저녁 제 엄마와 머리를 깍고 들어왔다.
좀 시원하게 깍고 왔는데.. 내 아들이지만 훤하게 잘 생겼다.
소지섭이는 저리 가라다.
그 동안 온통 덥수룩하니 덮은데다 이마까지 가리고 다니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었는데, 얼굴을 좀 드러내 놓으니 속이 시원하다.

그런데 이 녀석은 영 불만인 모양이다. 볼멘 얼굴이 불퉁하다.
지 나름대로 화장실에서 어떻게 손을 보고(?) 왔는 데도 영 아닌가 보다.
지 엄마에게 푸념을 해댄다.
오늘 가지 말자고 했더니.. 엄마가 깔끔하게 해달라고 주문을 해서 그런다는 둥..
엄마는 엄마대로 억울해서 소리 높여 대꾸를 하고..
바깥의 거실이 한참 동안 시끄럽다.

나이에 비해 제법 속이 올찬 놈이라 이런 일로 신경쓰게 한 적이 별로 없는데..
오늘따라 유독 생억지를 부려댄다.
못들은 척 하고는 있었지만 속이 슬슬 끓어오른다.
내 급한 성질에 당장이라도 나가서 호통을 쳐 찍소리 못하게 눌러놓고 싶다.
하지만 들은 이야기가 있어 꾹 참는다.
저 때는 골프공과 같아서 좀 힘이 들어가면 악성 슬라이스가 되어 OB가 나버린다는..

좀 조용해지고 나서 아들에게 가서 말했다.

.. 살다보면 항상 문제를 만나게 된다.
모든 문제는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해결할 수 있는 일과 해결할 수 없는 일.
해결할 수 있는 일은 해결하면 되니 이제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좀 마음은 편치 않겠지만 어쩌겠냐.아무리 화를 내고 용을 써도 돌이킬 수 없는 일에 심력을 쏟는 건 어리석지 않냐?
그게 지혜롭게 사는 방법이다. ..

이렇게 말을 해도 대답은 여전히 삐딱하고 퉁명스럽다.
좀더 확실히 알아듣게 뭐라 좀 물리적인 가르침을 더 줘야 하나 짧은 시간 고민하다.. 이 녀석의 반응이 두려워서 참고 물러난다.

10여분 내 할 일 하고 있으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옆에 와서 헤헤거리고 부비고 장난을 친다.
짜슥이.. 에궁.. 참..

참길 잘했다.또 한 번 배운다.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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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허성원 변리사

그림자는 그늘에 쉬게 하라!


그늘에 들어가면 그림자는 쉬고
가만히 있으면 발자국은 생기지 않는다

處陰以休影(처음이휴영)
處靜以息跡(처정이식적
)
_ 장자 어부(
漁父)


림자를 두려워하고 발자국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그것들을 떨치기 위해 달아났다.
발을 자주 들어 올리니 발자국은 더욱 많아지고
아무리 빨리 달려도 그림자는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자신은 아직도 느리다고 생각하여, 더욱 빠르게 달리며 쉬지 않았으
결국 힘이 다하여 죽고 말았다.
그늘에 들어가 있으면 그림자도 쉬고
가만히 있으면 발자국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를 몰랐으니 너무도 어리석었던 것이다.

 人有畏影惡跡 而去之走(인유외영오적 이거지주자)
舉足愈數而跡愈多(거족유수이적유다走愈疾而影不離身(주유질이영불리신)
自以為尚遲(자이위상지疾走不休(질주불휴絕力而死(절력이사)
不知處陰以休影(부지처음이휴영處靜以息跡(처정이식적愚亦甚矣(우역심의)
_ 장자 어부(漁父)편




**

이 고사는 다음과 같이 표현되기도 한다.

휴영식적(休影息迹) : 그림자를 쉬게 하고 발자국을 멈추게하라.
처정식적(處靜息迹) : 고요히 머무르면 발자국이 생기지 않는다.
식적정처(
息迹處) : 발자국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가만히 있으면 된다.

息迹静处

**

우리 현대인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고사이다.

현대인은 누구나 자신만의 그림자(혹은 발자국)를 달고 다니며, 그것을 떨쳐버리지 못해 힘들어한다.
그 그림자는 막연한 불안, 두려움, 걱정 등과 같은 것이거나, 혹은 뭔가 추구하는 바에 대한 집착, 그칠 수 없는 욕망, 벗어나지 못하는 번민일 수도 있다.

모든 현대인은 각자의 그림자를 떨쳐버리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리며 쉬지않는다(질주불휴疾走不休). 아무리 달려도 그림자는 조금도 멀어지지 않고 바싹 붙어있다. 그래서 더욱 빠르게 달리다, 종내에는 지쳐 쓰러지고 만다(Burn-Out). 

장자는 현대인에게 조언한다.
그림자를 애써 떨치려들지 마라. 떨치려 할수록 더 바싹 따라 붙는다.
그저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그늘로 들어가 그곳에
가만히 머무르기만 해도, 그림자는 쉬게 되고, 더이상 보이지도 따라오지도 않게 된다.

장자가 말한 '그늘'은 어떤 곳일까?
그림자가 보이거나 생겨날 수 없는 곳이다. 떨쳐버리고 싶은 상념이 떠오르지 않게 되는 상황이 '그늘'이다. 그래서 '그늘'이란 관심의 대상이 그림자가 아닌 다른 것으로 전환된 상태를 가리킨다. 그림자를 잊고 그림자 생각을 하지 않게 된 상태이다.
그런 '그늘'의 상태에 들어가 있으면, 그림자보다 더 의미있거나 더 재미있거나 더 절박한 대상에 몰입하게 되어, 그림자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


**

장자의 가르침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 떨쳐내고 싶은 '그림자'가 있다면,
    일단 움직임을 멈추어 그림자를 쉬게하라. 

       그림자에 집착하면 그림자는 더욱 살아 움직이게 된다.

- 그리고,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그늘'을 만들고, 그 그늘에 들어가라.
       '그늘'은 그림자 따위는 떠오를 겨를이 없는 상태이다. 
       즉, 그림자가 아인 다른 가치에 스스로를 몰입시키면 된다.


**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는 2004년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가 발표한 책의 제목으로서, 사고의 '프레임'과 관련하여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불가피하게 코끼리를 머리 속에 떠올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주어진 언어에 의해 사고의 프레임이 '코끼리'에 고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닉슨 대통령이  'I'm not a crook!'(나는 사기꾼이 아니다)라고 항변하였다. 그 발언은 그의 이미지에 최악의 키워드를 부여한 실수가 되었다. 모든 미국 국민은 닉슨을 떠올릴 때 '사기꾼'을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지난 2017년 당시 안철수 후보도 그런 오류를 빠졌다. 
전국에 방영된 TV 후보토론회에서 '내가 MB아바타입니까?'라고 상대 후보에게 질문했다. 선거 운동 중에 상대 후보 지지자들이 끈질기게 그 이슈를 물고 늘어졌기에, 그 프레임을 떨쳐보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의도는 완전히 역효과였다. 전 국민을 '안철수 = 'MB아바타'라는 프레임으로 엮어버린 참사로 귀결되었던 것이다.

최근의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자신을 '나베'라 부른 네티즌들을 무더기로 고소한다는 발표했다가 '나경원-'나베'프레임에 빠지게 되는 오류를 범하였다.

안철수와 나경원은 'MB아바타'와 '나베'라는 그림자가 너무도 싫었겠지만, 그것을 떨쳐버리고자 마구 달린 결과가 그 프레임 속에 허우적거리게 된 것이다. 

그들이 '그림자를 쉬게 하라'는 장자의 가르침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그런 아쉬운 우는 범하게 되지는 않았을까 싶다.

떨쳐버리고 싶은 그림자가 있다면,
그늘에 들어서, 그림자를 쉬게 하라!



**
그림자는 그늘로 덮어라!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
영화 '더 킹'에서 나온 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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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이슈를 덮어버리고자 할 때 다른 더 큰 이슈를 만들어 낸다.
민감한 정치적인 이슈가 발생하였을 때 엉뚱하게 연예인 가십 등이 뉴스를 메워서 사람들의 촛점을 흐리게 만드는 일들을 가끔 보게 된다. 그 때마다 음모설이 돌기는 하지만 그 역시 금세 흐릿해져서 사라지고 만다.

정치권이나 웬간한 기업에서는 소위 '스핀닥터' 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 팀은 뉴스를 관리하는 조직으로서, 그들에게 불리한 상황(그림자)이 발생하였을 때 상황을 우호적으로 국면 변경하거나, 그 상황을 아예 덮어버려 다른 곳으로 관심이 옮아가도록 다른 이슈(그늘)를 퍼뜨리는 노력을 한다.

임진왜란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국내의 갈등이 증폭되자 그 갈등을 외부로 돌려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일으킨 전쟁이었다.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