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기술2009.02.10 12:15

동일한 크기의 공을 어떻게 하면 가장 빽빽하게 밀집시킬 수 있을까? 
16세기 최고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는 수없이 많은 실험을 통해 그 방법을 알아냈다.

이른바 '면 중심 입방격자' 방법인데, 공 4개의 중심을 이었을 때 공 사이의 공간이 정육각형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주어진 공간의 74%를 공으로 채울 수 있다. 그러나 케플러는 물론 후대의 수많은 과학자들 역시 경험적으로 알아낸 이 가설을 수학적으로 입증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다 1998년 미국 미시간대학교 토머스 헤일스 교수와 그 제자인 숀 팩러플린에 의해 드디어 증명됐다. 

시대를 잘 타고난 덕택에 대용량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 핵심 성공요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50쪽짜리 논문을 도출한 이 연구에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면 중심 입방격자'는 과일 상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방법이다.
과일가게에 가면 언제든 이 방법으로 쌓여진 과일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천재 수학자들은 이것을 증명하는 데 무려 387년이라는 세월을 투자하고, 대용량 컴퓨터까지 동원했다. 

어쩌면 바보 같은 연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케플러의 이 법칙이 증명됨으로써 사람들은 물품을 컨테이너 안에 쌓는 효율적인 방법, 회사를 효과적으로 경영하는 방법, 항공기에 1등석을 몇 개 만드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지 등을 알아낼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사회 각 분야, 수없이 많은 상황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수학연구의 매력이다.

[과학을 읽다] 케플러의 추측
수학자들 400년 괴롭힌 난제 '12개의 공으로 둘러싸는 방법'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는 관측의 대가인 티코 브라헤의 자료를 이용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하고 행성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분석해 낸 천문학자다.

케플러는 거시적인 천체뿐 아니라 미시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 중 하나가 제한된 공간에 공을 가장 조밀하게 쌓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문제였다.

그는 한 개의 공을 12개의 공으로 둘러싸이도록 배열했을 때 가장 밀도가 높다는 추측을 내놓았다. 이 추측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처럼 수많은 수학자들을 괴롭힌 끝에 400년 뒤인 1998년에야 증명됐다. <케플러의 추측(Kepler’s Conjuncture)>(조지 G 슈피로 지음·영림카디널 발행)은 바로 그 증명에 매달린 천재 수학자들의 이야기다.

케플러가 말한 12개의 공으로 둘러싸는 방법은 사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과일장사가 과일을 쌓아올리는 방법도 이와 비슷하다. 과일장사들은 먼저 과일을 가로 세로로 나란히 줄 맞춰 바닥을 채운 뒤, 과일 사이 패인 홈에 과일을 올려놓는다. 이 방법으로 계속 과일을 쌓아올리면 과일 1개의 위, 아래에는 각각 4개의 과일이 위치한다.

이와는 조금 다른 방법도 있다. 먼저 과일을 한 줄 늘어놓은 뒤 그 옆에 과일을 배열할 때는 수직방향으로 나란히 배열하지 않고 과일 2개 사이의 오목한 사이에 놓는다.

이렇게 서로 어긋나게 과일을 배열해 바닥을 채운 뒤, 그 윗줄에는 과일 3개가 만드는 홈에 과일을 올려놓는 식으로 쌓는다. 이렇게 하면 과일 1개 주변에는 12개의 과일이 위치한다. 사실상 이 두 가지 방법은 같은 배열방식이라는 점을 케플러는 지적했다.

‘육방밀집쌓기’라 불리는 이 방법은 벌이 벌집을 만들거나 과일장사가 과일을 쌓는 데에서 보듯 가장 조밀한 구(球) 쌓기 방식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수학자들은 이를 증명해야만 했다.

케플러의 추측은 조제프-루이 라그랑주,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 등 수학 천재들에 의해 증명의 발판이 마련됐다. 악셀 튜에 등이 이 문제에 도전했고 1998년 미시건대 수학자인 토머스 헤일스와 그 제자인 숀 팩러플린이 끝내 문제를 해결했다.

헤일스는 컴퓨터를 이용해 케플러의 추측을 증명해 냈다. ‘우아한 증명’을 추구하는 수학자들에게는 실망스럽지만, 현대의 수학증명은 많은 경우 컴퓨터에 의존하고 있다. 즉 무수히 가능한 가짓수를 유한한 경우로 나누고 그 각각을 빠른 컴퓨터로 검증함으로써 증명을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슈피로는 이러한 공 쌓기 문제가 물품을 컨테이너 안에 쌓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데뿐만 아니라 원거리 통신, 경영분야 등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하나의 항공 상품을 팔면서 1등석, 비즈니스석, 이코노미석으로 자리를 나눠 어떤 고객군에 얼마나 많은 예산을 할당할지 결정하는 것은 공 쌓기 문제를 푸는 것과 동일하다.

16세기 말 영국의 귀족인 월터 랠리 경이 배에 포탄을 적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고자 한 데에서 출발한 이 수학문제는 이제 다양한 분야의 문제풀이에 적용되고 있다. 심재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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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허성원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