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223 오월 五月 - 피천득 오월 五月 -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 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득료애정통고, 얻었노라 사랑의 아픔을) 失了愛情痛苦(실료애정통고, 버렸노라 사랑의 아픔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 2023. 5. 31. 챗GPT를 잘못 이용한 변호사의 최후 챗GPT를 잘못 이용한 변호사의 최후 맨해튼에서 한 개인의 상해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가 법원에 자비를 구했다. 그 변호사의 잘못은 무엇일까? 그는 연방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서 판례를 6건 인용하였다. 그런데 그 판례는 존재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판례 검색을 AI 챗봇인 ChatGPT에게 맡겼는데, 이 챗봇이 완전한 가공의 판례를 창작해낸 것이다. 이 해프닝의 주인공 변호사 스티븐 A. 슈워츠는 객실 승무원의 카트가 무릎을 쳤다는 이유로 아비앙카 항공을 제소한 사람을 대리하였다. 그는 ChatGPT를 처음 사용하였는데, AI가 판례까지 지어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 변호사는 ChatGPT에게 그런 판례가 정말 존재하는지를 물어보기까지 했는데, ChatGPT는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판례 조작.. 2023. 5. 29. 갈등에 관한 근거 없는 비생산적인 믿음 4가지 (** Nate Regier의 글 '갈등에 관한 근거 없는 비생산적인 믿음 4가지'를 요약하였다.) 갈등이란 말을 좋게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말을 들으면 대부분 '달아나라,' '누군가가 상처를 입었군,' '난 그런 상황이 싫어,' '싸움,' 등의 부정적인 언어를 떠올리게 된다. 갈등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는 대체로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4가지 오해에 기인한다. 1. 평화는 갈등이 없는 것이다 고요함을 평화라고 혼동하지 말라. 고함소리가 없다고 해서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많은 조직들이 자신들은 평화롭다고 말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견이 있음에도 다툼을 피하려고 목소리를 낮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 조직 내에서는 수동공격적 인신공격(Passive-aggressive gossip)이나 조작.. 2023. 5. 28. [허성원 변리사 칼럼]#112 자공이 한 번 나서 다섯 나라 운명을 바꾸다 자공이 한 번 나서 다섯 나라 운명을 바꾸다 '싸우지 않고 이겨라.' 손자병법 최고의 가르침이다. 창칼로 맞싸우거나 성을 두고 공방하는 전쟁은 돌로 돌을 치는 것과 같아서 이기든 지든 적잖은 희생이 따른다. 그래서 손자병법은 상대의 책모를 공략(벌모伐謀)하여 싸울 의지를 꺾는 것이 최상이고, 외교적으로 공격하는 것(벌교伐交)이 그 다음이라고 하며, 출혈 없는 전쟁을 하라고 권한다. 최상의 전략인 '벌모(伐謀)'는 압도적인 군사력만 가졌다면, 누구도 덤빌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니, 굳이 애써 도모하지 않아도 저절로 가동될 것이다. 하지만 강한 군사력이란 것은 풍부한 전쟁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고, 막대한 인적 및 물적 자원을 소요하니 국력의 소모가 크다. 그리고 힘이란 것은 늘 흐르는 강물처럼 변하는 것이며.. 2023. 5. 20.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30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