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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아테나이

특허의 수호신 아테나 제12편 _ 재판관 아테나(5)

by 허성원 변리사 2014. 12. 2.

특허의 수호신 아테나 제12편 _ 재판관 아테나(5)

 

오레스테스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살해하는 스토리는 고대 그리스의 여러 비극 작가들에게 좋은 작품 소재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아이스킬로스가 쓴 ‘오레스테이아’는 오레스테스의 복수 전후의 인간적 고뇌를 잘 표현하였고, 아들의 모친 살해와 아내의 남편 살해 중 어느 것이 더 정의에 가까운가에 대해 지혜의 여신 아테나에 의한 재판의 형식을 빌어 논박하게 함으로써 당시의 가치관과 그 변화를 가르치고 있다. 이 ‘오레스테이아’(두행숙 옮김)의 내용에 기초하여 오레스테스의 재판 이야기를 정리해보기로 한다.

 

오레스테스는 아버지 아가멤논이 트로이 원정을 떠난 후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그 정부 아이기스토스에 의해 왕궁에서 쫓겨나 방랑을 한다. 그러다 미케네로 돌아가 복수를 하라는 신탁을 받고 청년이 되어 아버지의 나라로 돌아온다. 미케네에서 아버지의 무덤을 찾았을 때 무덤에 제주를 올리는 누나 엘렉트라를 만나고 아버지의 살해 전모를 알게 된다. 남매는 아버지의 복수를 모의하고 아폴론의 지지까지 얻은 오레스테스는 나그네로 변장하여 궁에 잠입한 후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정부를 함께 살해하는 데 성공한다.

 

오레스테스는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정부를 함께 살해하는 데 성공한다. 베르나르디노 메이작 1654년, 이탈리아 시에나 살림베니 궁전 소장.

 

 

오레스테스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데 성공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을 낳아준 생모를 살해한 자로서 그 자신도 처절한 가문의 저주의 굴레에 휘말린다. 죽어가는 어머니의 영혼이 불러낸 ‘복수의 여신’들은 오레스테스의 살육의 죄를 물으며 끝없이 쫓아다닌다.

* 아테나의 재판
쫓기던 오레스테스는 아테나에게 재판을 구하라는 아폴로의 조언을 받아 아테나의 신전을 찾아간다. 오레스테스와 복수의 여신들로부터 전후 사정을 들은 아테나는 자신의 주재 하에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있는 법정인 아레이오스 파고스 법정에서 재판을 열기로 한다. 복수의 여신들은 고소인으로, 아폴론은 변호인으로, 그리고 시민 원로들 중에서 선발된 12명이 배심원으로 구성되었다. 재판장은 물론 아테나이다.

 

아버지의 복수를 갚기 위해 어머니를 칼로 찌르고, 복수의 여신들(에리니에스)에게 쫓기는 오레스테스. 윌리엄 아돌프 부게로(1825-1905)의 그림. 1862년.

 

복수의 여신들은 주장한다.
오레스테스가 파괴한 것은 생명의 주고받음으로 엮인 모자간의 가장 숭고하고도 손상되어서는 아니될 모든 생명체의 근원적인 관계이며, 그것은 결코 용서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아폴론도 강력하게 반박한다.
가정과 국가의 질서를 유지하여야 할 위치에 있는 남편을 살해한 아내의 죄가 모친을 살해한 아들의 죄보다 더 중죄이며, 아들은 아버지의 계승자로서 응당 아버지의 복수를 하여야할 도덕적 타당성을 가졌다고 오레스테스를 옹호한다.

이처럼 이들은 서로 '정의란 무엇인가?’를 두고 열띤 논쟁을 벌인다.
복수의 여신들은 ‘생명’에 근거한 감성적이며 모계중심적인 자연적 도덕성의 가치관을,
아폴론은 왕, 영웅, 리더, 남편으로 표현되는 이성적이며 부계중심적인 인위적 도덕성의 가치관을 각각의 정의의 판단 기준으로 본 것이다.

이들의 논쟁은 생명과 자연 중심의 고대 모계사회가 국가와 질서를 중시하는 부계사회로 전환되는 과정의 가치관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양편의 진술이 끝나고 배심원들의 투표가 진행되었다. 그런데 투표결과는 6:6으로 찬반 동수가 되었다. 양 가치관 모두가 나름 온전한 설득력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재판관 아테나는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여 오레스테스의 손을 들어준다. 아테나는 부친의 질서 유지 권한을 모친에 대한 인간적 도리보다 더 우선한 가치로 인정한 것이다. 아테나가 이성적 가치인 지혜나 기술을 관장하고 수많은 영웅의 수호신이며 전쟁의 신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녀의 선택에 나름 수긍이 간다.

아폴론과 오레스테스는 크게 기뻐하였지만, 오레스테스의 처벌을 원했던 복수의 여신들은 격분하여 아테네에 재앙을 내리겠다고 위협한다. 지혜로운 아테나는 그들을 설득하여 아테네를 보살펴주는 ‘자비로운 여신들’로 변신시키고 아테네 시민들로부터 숭배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아테나가 어머니를 죽인 오레스테스의 죄를 정화하고 있고, 왼쪽에는 죽은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잠자고 있는 복수의 여신 에리니에스(Erinyes)를 깨우고 있다.

 

아테나의 재판을 통해 목숨을 구한 오레스테스는 가문에 대를 이어 내려오던 죄의 대물림과 피의 저주를 끝내고 아버지의 나라 미케네의 왕이 된다. 그리고 삼촌인 메넬라오스와 헬레네의 딸인 사촌 헤르미오네와 결혼하여 스파르타까지 물려받아 양 나라를 잘 다스리는 지혜로운 군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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