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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

[아테나이칼럼] 변리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by 허성원 변리사 2012. 10. 5.

변리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공자가 여량에 갔을 때 물고기조차도 헤엄치기 어려운 거친 급류 속을 자유로이 헤엄치는 사람을 보았다. 공자가 그에게 헤엄치는 방법을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물의 도’를 따를 뿐 저의 힘을 쓰지 않습니다.”(從水之道而不爲私焉)

_ 장자 달생편

 

변리사의 업역 범위 및 그 확장 등에 대해 최근 논의가 많다.

이 논의를 위해서는 ‘변리사란 무엇을 하며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변리사법은 변리사가 특허 등에 관하여 특허청이나 법원에 대리를 행함을 업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러한 형식적 정의를 벗어나서 좀 더 의미 중심적인 프레임으로 변리사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보자.

변리사의 정체성 확인은 아무래도 특허의 의미를 제대로 찾는 데에서 출발하여야 할 것 같다. 변리사가 따라야 하는 것은 ‘특허의 도(道)’이기 때문이다. 그럼 특허는 무엇인가?

특허는 기업의 핵심역량이다. 기업이 기술적으로 비교우위적 지위를 얻기 위해 연구개발에 투자한 성과이며, 그 구성원들의 집단 창의력이다.

기업의 연구개발은 그들이 나아갈 미래의 목표와 관련되며, 그래서 그 성과인 특허는 기업의 비전을 의미한다. 특허를 보면 그 기업의 과거, 현재 및 미래가 보이고, 그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와 생존방식 및 추구하는 목표를 알 수 있다.

특허는 기업이 독점할 수 있는 기술의 땅이며 배타적 지배력의 영역인 비즈니스의 성으로서, 경쟁적 편승자들을 배제할 수 있는 시장 지배력이 미치는 경계이다. 또한 특허는 기업의 기술적 역량 및 신뢰성을 돋보이게 하는 강력한 마켓팅 수단이기도 하다.

특허는 극심한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격화 일로에 있는 특허전쟁의 공격과 방어 체계이다. 국가의 국방체계와 같다. 그래서 다양한 잠재적 적을 대상으로 한 모든 예상가능한 정규전 및 비정규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치밀한 전략적 배려가 필요하다. 때론 매우 고도한 협상 능력과 외교적 노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리고 특허는 창업의 씨앗이다. 많은 창업이 특허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변리사들은 종종 창업 컨설턴트가 되기도 하고 창업이나 스타트업 기업의 경영에 직접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창업은 또한 투자 유치와 인수 합병, 상장 등 다양한 고급 금융 내지 투자 활동으로 필연적으로 연계된다.

특허는 또한 연구개발에서 학습이나 모방의 대상이기도 하다. 특허자료는 방대한 기술 솔루션의 도서관이며 융합지식의 보물창고이다. 그런 한편 경쟁자의 특허는 철저히 모니터링하여야 하는 경계 대상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 특허의 회피를 위해 혼신의 연구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특허는 창업, 사업 결정, 연구개발, 마케팅, 인사, 투자, 비즈니스 경쟁, 대외 협상 등 사실상 모든 주요 기업 경영 활동 분야에서 핵심적인 전략적 요소로서 기능한다. 창업 혹은 신규사업 등에서 사업방향을 결정하고 그에 따라 비전을 정립하는 단계에서부터, 기존 사업을 심화, 확장 혹은 이전하여야 할 때, 아이템 선정, 환경파악, 진입장벽 이해, 기술환경 학습, 사업 추진방향의 설정 등에 있어서 특허의 전략적 활용은 필수적이다.

그래서 특허는 기업의 종합적 최고위 경영활동에 관계되며, 그렇기에 변리사의 업은 종합적 최고위 경영활동을 지원하는 노력이다. 이 노력이 최적으로 성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의 시공간적 제반 경영요소를 고려한 잘 짜진 전략이 앞서야 한다. 그 전략의 수립과 수행은 당연히 변리사의 업역이다. 따라서 변리사는 기업의 최고위 전략가인 동시에 그 전략을 수행하는 치열한 실무자이다.

그러면 이제 변리사의 정체성은 ‘기업의 최고위 종합적 경영 전략 컨설턴트’라고 정의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종합적 컨설턴트는 춘추전국시대에 작고 큰 나라의 군주의 브레인 역할을 하던 군사(軍師)나 책략가(策略家)와 매우 흡사하다. 그 책략가들은 주군이 올바른 비전을 갖게 조언하고 그 비전의 달성을 위해 주어진 온갖 리소스를 최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기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 변리사를 ‘기업 책략가’라 불러도 무방하겠다.

하지만 ‘기업 전략 컨설턴트’든 ‘책략가’든 기업이 그렇게 불러주고 인정하고 이용해주어야만 의미가 있다. 기업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기업 경영을 학습하여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자. ‘변리사를 위한 특허경영 MBA과정’이라도 만들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기업 경영의 성공을 돕는 것이 우리의 존재이유임을 확실히 인식하자.

그렇게 하여 이제 변리사는 기업의 부림을 당하는 단순한 ‘특허 업무의 대리인’이 아니라,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어주는 ‘경영 전략 컨설턴트’ 내지는 ‘기업 책략가’라고 외치자.

그리고 변리사는 무엇으로 사느냐고 누가 물으면, ‘기업 경영의 성공을 돕기 위해 헌신하는 마음’으로 산다고 말하자.

댓글1

  • 신원재 2014.09.13 14:11

    경영환경이 바뀌어 가면서 특허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특허가 기업활동의 전략수립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특허의 도'를 기업경영의 관점에서 찾고 싶습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특허에만 많은 힘을 쏟으면 자칫 스스로의 힘으로만 수영을 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경영환경에 맞추어 그 환경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연하게 대응하는 모습이 필요 할 것입니다. 사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단순히 특허 등록업무 대리가 아닌 토탈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을 것입니다. 업무 대행의 수준을 넘어, 기업과 더 가까웃 곳에서 방향을 제시 할 수 있는 진정한 기업책략가가 되었을 때 특허의 도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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