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삼성의 특허전쟁이 시작된지 만 1년이 지났다.
이들은 세계 9개국에서  20건이 넘는 소송을 벌이고 현재도 상당 부분의 소송이 계속중에 있다.
세계적인 두 IT공룡의 그야말로 용과 호랑이가 싸우는 양상과 같은 이 엄청난 싸움은 정녕 지금까지 경험한 바가 없었던 대단한 전면전이었다. 
한 순간에 거대 공룡의 비즈니스의 기반이 송두리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온 세상들의 주목을 끌었고,
전 세계는 어느 하루도 그들의 특허전쟁에 관한 기사를 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젠 좀 식상해졌다.
큰 기업들이니 만큼 뭔가 관중을 열광하게 만드는 짜릿한 뒤집기나 들배지기 정도의 기술이나 전략을 보기를 기대했는데, 샅바싸움 하듯 짜잔한 기술로 떠들썩하게 댓거리만 하는 듯하고, 그나마도 제대로 기술이 먹혀들어간 적이 없다.

누구도 상대를 완전하게 제압하지 못하고 소모전을 벌이고 있는 듯하다. 
일시적으로 특허권자인 원고가 승소를 한 경우도 소수 있지만, 그나마도 상급심에서 뒤집어지거나 디자인 변경 등을 통해 쉽게 피해갔기 때문이다.

이후의 양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러면 지난 1년간의 특허전쟁은 무엇을 남겼을까?

그건 이 두 당사자 회사의 엄청난 성장이다.
정말 묘한 일이다. 그토록 치열하게 싸운 두 회사가 스마트폰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현재 각 회사의 실적이나 기업가치는 사상 최고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어느 강의에서 이들 두 회사가 아무리 봐도 짜고 치는 고스톱을 연출한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음모의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의도적으로 공모하여 이런 상황을 만들어냈을 가능성은 없지만,
결과가 마치 공모한 것처럼 모든 지표가 두 회사에게만 너무도 유리하게 나타났기에 농담삼아 한 말이다.

자 그럼 먼저 양사의 실적을 보자.
지난해 휴대폰 시장에서 애플은 8.7%의 판매 대수를 시장에 내놓아 39%의 마켓셰어를 차지하고 75%의 이익을 챙겼다.
정말 괴물과 같은 실적이다. 모든 기업인에게 꿈과 같은 효율이다.
한편 삼성은 23%의 판매대수 점유율로 25%의 매출을 셰어하고 16%의 이익을 가져갔다.
애플에 비해서는 초라해보일지 몰라도 이 실적은 당당 세계 2위의 찬란한 자랑스런 실적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하여 애플과 삼성의 이익 점유율을 합치면 91%.
나머지 휴대폰 메이커들인 노키아, 림, HTC 등은 약 70%에 가까운 제품을 팔고 단지 9%의 이익을 차지하였을뿐이다.
아무리 비즈니스에서의 승자 독식의 냉정함을 인정하여야 해도, 노키아 등 한 때 휴대폰 시장을 호령하던 기업들에게는 너무도 가혹한 현실이다.

삼성의 주가는 1년전 9십만원 수준에서 현재 130만원 정도.
시장 가치는 현재 거의 190조원.
주가와 시가총액이 1년만에 44% 이상 상승한 것이다.

삼성은 올해 1분기 실적에서 피처폰을 포함하여 판매대수에서 노키아를 추월하였다.
그리고 모든 판매대수의 거의 절반 가까이가 스마트폰이 차지하여 이익율도 지난 해에 비해 많이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삼성은 명실 상부한 세계 최대의 휴대폰 메이커가 되었다.

스마트폰만 두고 보더라도 지난 해까지는 삼성이 애플과 거의 동일한 판매량을 기록하였지만,

올해 1분기에서 제법 큰 격차로 애플을 따돌리고 1위 자리를 굳혔다. (삼성 4100만대 28.2%, 애플은 3260만대 22.4%)

애플의 성장은 더 드라마틱하다.
주가는 작년에 비해 100% 이상 상승하여 주당 600달러를 초과하였다, 사실 올해 들어와서만 약 60% 상승하였다.
시장가치는 6000억달러(660조원)를 초과하여 지난 주에 모빌액슨을 제치고 미국 및 세계 최대 기업이 되었다.
삼성전자의 3배가 넘는다. 

 

삼성과 애플의 올해 실적은 더욱 좋아질 것이다.
지낸 해 양사가 휴대폰 전체 이익의 91%를 차지하였는데,
올해 그들의 더 높아진다면 불쌍한 노키아 등 다른 메이커들의 운명은 더욱 가혹할 것이다.

 



[2011년 휴대폰 시장에서의 이익점유율]

 


 

[지난 1년간 삼성의 주가추이]

 

 

 

[애플의 제품별 실적과 주가추이]


그러면, 삼성과 애플의 폭발적 성공은 그들이 벌이고 있는 특허소송과 어떤 견연관계가 있을까?

아마도 '노이즈마케팅'의 효과가 작지 않았을 것이다.
시장 바닥에서 요란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리면 사람들이 몰려들기 마련이다.
그 싸움이 왜 일어났는지, 어떻게 어디서 싸우는지, 누가 이길 것인지 등에 대해 다들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 스마트폰에 대한 인식도 확산되고, 치열하게 싸우는 양 당사자들이 그 제품에 대한 대표적이고 주도적인 메이커임을 전 세계 사람들의 뇌리에 자연스럽게 각인되었을 것이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는 메이커는 아무래도 경쟁에 참여하기 힘든 약한 회사로 보였을 테고..


이 '노이즈마케팅'의 효과는 그들이 쏟아부은 소송비용이 조금도 아깝지 않게 느낄 수 있도록 충분한 만족감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언급한 그들을 실적을 보면 행복한 내심을 숨기기 위해 그들이 표정관리에 얼마나 힘들어 하고 있을지 가히 짐작이 가지 않는가?

 

내가 음모(전략)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소송을 이용한 노이즈마케팅'이 당초부터 목적적으로 의도되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여러 징후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통상의 기업간 분쟁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렇고 개인이나 국가 간의 분쟁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소송으로 가기 전에 소송의 당위성을 찾기 위한 충분한 분위기 조성 과정이 있다.
상대의 침해 사실 여부에 대해 심도있게 분석하고, 그 분석 결과 및 요구사항을 상대방에게 제시하여 소송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시도하다가, 협상이 도저히 성사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 소송을 통한 해결을 도모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소송을 일으킬 때에는 만반의 준비를 통해 '완벽히 이겨놓은 상태'에서 제소한다. 어슬프게 건드려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할 타초경사(打草驚巳)의 우를 범하는 어리석은 기업은 없다.

 

그런데 애플의 제소 및 소송진행 과정을 보면 이런 상식에서 대체로 벗어나 있다.
우선, 사전 협의 단계가 거의 없었거나 생략되었고, 지난 해 4월의 첫 소송 및 그 후속의 제소가 거의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도저히 타협할 수 없는 불구지대천의 원수를 대하듯 오로지 상대의 파멸만을 얻고자 하는 듯이 제소를 개시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 양사는 매우 밀접한 비즈니스 파트너였고 현재도 그러하며 미래에도 서로를 결코 비즈니스 관계에서 배제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해마다 수조원의 부품을 팔고 사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런 밀접한 관계의 기업에 그렇게 좀더 적절한 사전 절차 없이 포격부터 퍼부은 것을 보고,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의외로 생각하였다. 그저 스티브 잡스의 격정적 성격 때문이겠거니 생각하고 넘어갔었다.

 

그리고, 애플이 최초로 제시한 특허들을 보고 일반인들까지도 놀랐다.
애플의 주요 권리가 디자인이었던 것이다.
이를 보고 특허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저런 거대 공룡 기업이 겨우 저따위 유치한 것으로 요란하게 싸우는가 라고 말하곤 했다.

디자인은 그 본질이 시각적 요소이기 때문에 아무리 침해가 인정되더라도 그것을 벗어나고자 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다. 실제로 삼성도 디자인 변경을 통해 가볍게 벗어났었고..
그외의 특허들도 상대를 완벽히 제압할만한 권리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삼성을 공격하면, 그들보다 근 10배 가까이 특허를 보유한 삼성이 어떤 대응을 해올지 불보듯 뻔하다.

자신들이 삼성의 특허를 완벽히 벗어날 수 없음은 너무도 잘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애플은 삼성과의 전쟁이 매우 치열한 공방전 내지는 고지전이 될 것임을 처음부터 알고 시작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내게 특히 어색하게 보인 또 하나의 사실은 짧은 기간 내에 너무도 많은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것도 한 나라가 아니고 미국, 유럽, 아시아, 호주 등 각 지역의 대표적인 9개국에서..

통상의 경우라면, 한 두 나라에서 핵심적인 한 두 권리에 대해 유리한 판결을 득한 다음 그에 기초하여 다른 나라에서 소송을 진행하여, 승소가능성도 높이고 경제적으로나 업무적으로 효율을 도모한다. 

그런데 이들은 온 동네사람들이 모두 들으라는 듯이 마구 요란하게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싸움을 벌였다.
그 결과 좀 살만한 나라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연일 그들의 특허전쟁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워낙 떠들어대니..

그들의 당초 목적이 이런 소란이었던 것처럼..

 

또 한 가지! 애플이 의도하였을 수도 있는 것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들 수 있다.
그 메시지는 바로 '소송비용'이다.

자신의 터프한 싸움 방식에 대응하려면 엄청난 소송비용이 들 수 있음을 보여주어, 가급적이면 자신들이 가는 길에 걸기적거리지 말라는 경고를 잠재적 경쟁자들에게 잘 보여주었다는 생각이다.

 

이미 잘들 알고 있지만 특허소송에는 엄청난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지난해 2억불 정도의 소송 비용을 썼다고 기사에 나와 있으니, 양 회사가 쓴 비용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대충 계산해도 하나의 소송에 100억원은 족히 썼다고 보면 되겠다.
작년의 첫 소송이 4월15일에 시작되고 순차적으로 하나씩 진행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하나의 소송을 1년 유지하는 데 200억원 정도는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달리 종료되지 않는다면, 삼성은 올 한 해에 적어도 3억달러는 추가로 써야 할 것이다.
그러면 어림잡아 작년에 쓴 2억달러를 포함하여 그것만으로도 5억달러.. 6천억원에 육박한다. 정말 가공할 비용 규모이다.
몇 년 소송을 끌면 조단위는 훌쩍 넘을 것 같다.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회사이다. 이미 지난해 1천억달러(110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고, 매 분기마다 적어도 10수조원씩 차곡차곡 더 쌓이고 있다. 얼마전 팀쿡이 대대적인 배당을 실시한다고 했지만, 이들의 현금 보유고는 화수분처럼 마를 날이 없다.

애플은 이번 소송을 통해 웅변적으로 말하고 있다.
에플과 싸우려면 1조원 정도의 전쟁비용을 준비해두라고.. 


또 고려할 수 있는 사항은 스마트폰에 대한 인식을 일시에 세계적으로 확산시키고자 하는 의도이다. 애플은 피처폰을 생산하지 않으므로 그들의 스마트폰은 당시 세계시장 점유율의 4~5% 수준밖에 차지하지 못했으니 매우 답답하게 여겼을 수도 있다. 그런 답답한 상황을 단시간 내에 타개할 수 있도록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여 관심을 유도하는 데에 특허전쟁이 상당한 기여를 하지는 않앗을까 생각해본다.

 

다시 말하면, 음모론은, 소송의 개시 및 진행과정 등이 매우 요란하기만 할뿐 실효있는 공방이 아니었고, 당사자들이 그들의 전쟁 그 자체에서 아무런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그렇게 될 것임을 처음부터 예측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시장에서 거둔 성과는 너무도 엄청났다는 데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당초부터 이런 마케팅효과를 예측하고 서로 공모하여 전쟁을 벌였을 가능성을 언급해본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실제로 공모했을 가능성은 전무하다. 세상일이 그렇게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건 아마도 스티브잡스의 격정적 분노에 의해 소송이 개시되었고, 그럼에도 양사의 특허포트폴리오가 상대를 효과적으로 제압할만큼 잘 구축되어 있지 못하다는 한계 때문에 이런 상황에 이르른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공모는 현실성이 없지만, 애플이 이 특허전쟁의 프레임을 짰을 가능성은 있다.
애플이 앞에서 언급한 효과를 미리 목표로 했거나 특허전쟁의 부수적 효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알고,  함께 손잡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만한 맷집 든든한 파트너로서 삼성을 선택하였다면 좀 설득력있는 픽션인가?

어차피 시장의 확대라는 전리품을 나눠가지기는 하여야 하지만, 자신들이 메이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만 있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게임이라 생각하였을 것이다.

 

특허전쟁 1년을 뒤돌아보면서 좀 다른 시각에서 소설 쓰듯 상황을 뒤집어 보았다.(끝)

 

 

아래의 사진들은 참고용..




 


 

1분기 휴대폰 판매량은 로이터의 조사에 따르면 삼성 8800만대(블룸버그는 9200만대 예상),
 노키아 8300만대. 2007년까지만 해도 노키아는 삼성의 4배.
노키아는 지난 14년간 휴대폰 분야에서 세계 1위.

삼성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삼성 4100만대. 

위 그림에서 보듯 삼성의 스마트폰은 점차 확대되는 반면 노키아는 역행.

 

노키아도 코닥, 림 등과 같은 한 때 성공의 희생자.

기존의 성공을 가져다 준 핵심역량(심비안OS) 내지 충성 고객을 버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새로운 변화의 물결도 받아들이지 못해 양쪽에서 모두 실패한 경우.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