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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 #79 영웅의 조건

by 허성원 변리사 2022. 8. 30.

영웅의 조건 

 

영웅(英雄)은 어떤 사람인가. 삼국지에서 조조는 유비에게 이렇게 말한다. “모름지기 영웅이란 가슴에는 큰 뜻을 품고, 뱃속에는 좋은 계략이 있으며, 우주를 감싸서 숨기는 지모와, 천지를 삼켰다 뱉었다 할 배포를 가진 자이어야 하오.” 조조에게 영웅의 조건은 포부와 지모였다. 조조의 아들과 손자의 신하였던 유소(劉劭)는 그의 인물지(人物志)에서, 영웅이란 '()''()'을 겸비한 사람이라고 언급한다. 인재의 특성을 영()과 웅()으로 나눈 것이 무척 흥미롭다.

()과 웅()은 문재(文才)와 무재(武才)를 각각 가리킨다. 유소는 영()과 웅()이 조화로워야만 다른 영과 웅을 부릴 수 있고, 영과 웅을 함께 부려야만 대업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둘 중 영()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업 상황에서는 경영과 기술, 전략과 실무, 마케팅과 연구개발 등을 영과 웅으로 각각 대치해 볼 수 있겠다. 이 기회에 조직 내 영()과 웅()의 조화를 점검해보도록 하자.

아래는 유소의 인물지 영웅(英雄) 편을 약간만 편집하여 거의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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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중에서 매우 뛰어난 것을 영()이라 하고, 짐승 중에서 특출한 무리를 웅()이라 한다. 이에 따라 문재(文才)와 무재(武才)가 빼어난 이들을 영()과 웅()으로 이름 붙여 부른다. ()은 총명(聰明)함이 뛰어나고, ()은 담력이 뛰어나다. 이렇게 나누기는 하지만, 위아래 어금니도 서로 맞물려야만 제 기능을 다하듯, 서로가 함께 하여야만 온전하게 된다.

왜 그럴까. 총명함이란 영()의 것이지만, ()의 담력을 얻지 못하면, 자신의 주장을 실행에 옮길 수 없다. 마찬가지로 담력은 웅()의 것이지만, ()의 지혜를 얻지 못하면, 일을 바로 세우지 못한다. 이처럼 영()은 그 '귀 밝음()'으로 일을 도모하고 그 '눈 밝음()'으로 때를 살핀 다음, ()의 담력을 빌어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은 그 힘으로 무리들을 복종시키고, 용맹함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며, ()의 지혜를 빌어 일을 이루어낸다. 그렇게 하여 각자의 장점이 발휘된다.

가령 귀 밝음()으로 일을 도모하더라도, 눈 밝음()이 때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그저 앉아서 떠드는 말장난에 불과하여 일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다. 귀 밝음과 눈 밝음으로 일을 도모하고 때를 깨달았지만, 정작 실행할 용기가 없다면 복잡한 변통에 대처할 수 없다. 그리고 힘이 뛰어나도 일을 실행할 용기가 없으면, 남보다 앞선 사람이 되지 못하고, 힘과 용기가 모두 뛰어나 실행은 거침이 없더라도, 지혜 부족으로 제대로 결단을 하지 못하면, 남 앞에 나설 수는 있을지언정, 리더가 되지는 못한다.

그래서 반드시 귀 밝음, 눈 밝음 및 담력을 모두 갖추어야 비로소 영()이 될 수 있다. 한고조 유방의 책사인 장량(張良)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리고 용력이 뛰어나고, 실행할 용기와 일을 제대로 결단할 지혜를 갖추었다면, 가히 웅()이라 할 수 있다. 유방의 대장군 한신(韓信)이 그러하다. 이처럼 영과 웅은 대개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 남의 신하로서 영은 재상이, 웅은 장수가 된다. 그런데 한 사람이 영과 웅을 모두 겸비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사람은 세상의 우두머리가 된다. 한 고조 유방과 초패왕 항우가 그러하다.

그런데 영()은 웅()보다 반드시 커야 한다, 영이 모자라면 지혜로운 사람들이 떠나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우는 세상을 덮을 힘과 변화에 대응할 명석함도 갖추었지만, 남의 의견을 듣고서 상황을 분별해내는 능력이 없었기에, 하나뿐인 책사인 범증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였고, 진평 같은 무리도 달아나 버렸다. 그런 한편 고조 유방은 영()이 풍부하여, 웅재(雄材)들이 복종하고 영재(英材)들이 귀의하니, 양 부류를 모두 쓸 수 있었다. 그리하여 진나라를 병탄하고 초나라를 무너뜨려 천하를 차지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영()과 웅()의 많고 적음은 성공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다. 영은 있으되 웅이 없다면 웅재(雄材)가 복종하지 않고, 웅만 있고 영이 없다면 지혜로운 자가 떠난다. 이처럼 웅()은 웅을 얻을 수 있으나 영을 얻지 못하고, ()은 영을 얻을 수 있으나 웅을 얻지 못한다. 그런 고로, 한 사람의 몸에 영과 웅을 모두 갖추어야만 능히 영()과 웅()을 부릴 수 있으며, ()과 웅()을 함께 부릴 수 있어야만, 능히 대업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漢礎三杰, 韓信, 蕭何, 張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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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物志 英雄 劉劭 원문

夫草之精秀者為英,獸之特群者為雄;故人之文武茂異,取名於此。是故,聰明秀出,謂之英;膽力過人,謂之雄。此其大體之別名也。若校其分數,則牙則須,各以二分,取彼一分,然後乃成。何以論其然?夫聰明者,英之分也,不得雄之膽,則說不行;膽力者,雄之分也,不得英之智,則事不立。是以,英以其聰謀始,以其明見機,待雄之膽行之;雄以其力服眾,以其勇排難,待英之智成之;然後乃能各濟其所長也。

若聰能謀始,而明不見機,乃可以坐論,而不可以處事。聰能謀始,明能見機,而勇不能行,可以循常,而不可以慮變。若力能過人,而勇不能行,可以為力人,未可以為先登。力能過人,勇能行之,而智不能斷事,可以為先登,未足以為將帥。必聰能謀始,明能見機,膽能決之,然後可以為英:張良是也。氣力過人,勇能行之,智足斷事,乃可以為雄:韓信是也。

體分不同,以多為目,故英雄異名。然皆偏至之材,人臣之任也。故英可以為相,雄可以為將。若一人之身,兼有英雄,則能長世;高祖、項羽是也。然英之分,以多於雄,而英不可以少也。英分少,則智者去之,故項羽氣力蓋世,明能合變,而不能聽采奇異,有一范增不用,是以陳平之徒,皆亡歸高祖。英分多,故群雄服之,英才歸之,兩得其用,故能吞秦破楚,宅有天下。

然則英雄多少,能自勝之數也。徒英而不雄,則雄材不服也;徒雄而不英,則智者不歸往也。故雄能得雄,不能得英;英能得英,不能得雄。故一人之身,兼有英雄,乃能役英與雄。能役英與雄,故能成大業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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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석의 '인물지' 등을 참조하여 나름대로 재해석하였다.

"인재 평가의 척도, ≪인물지≫

≪인물지人物志≫는 한마디로 말하여 인재학人才學이다. 인물에 대한 연구나 분석에 관심을 가지고 출발한 것이 바로 이 ≪인물지≫다. 사회 속에서 인재를 어떻게 감별하고 이를 어떻게 발탁해야 인재의 효과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 방식은 구체적이라기보다는 추상적이며, 현실적이라기보다는 철학적이다.
인물에 대한 감식과 평가, 품평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처럼 다양한 성격과 품격, 재능과 유형을 가진 예는 천하에 없기 때문이다. 그 원론적인 문제를 정리한 것이 바로 이 ≪인물지≫이다. 따라서 이 책은 원론적인 면이 주를 이루어 추상적이며 난해한 내용도 있다. 그럼에도 사람의 품성과 재주, 그에 따른 발현과 사회적인 효용 등을 주제로 하여 유형별로 정리한 전문 저작물로는 최초이며, 동시에 그 뒤로는 이러한 논의가 더 이상 나오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이 책은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인물지≫의 저자 유소劉邵는 삼국시대 위나라 학자이며 저술가, 정치가, 정론가이다. 자는 공재孔才이며 광평廣平 한단(邯鄲: 지금의 하북 한단시) 사람으로 생몰 연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한말 건안(196~220)부터 위초 정시(240~248)까지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비서랑秘書郞, 상서랑尙書朗, 산기시랑散騎侍郞, 기도위騎都尉, 진류태수陳留太守, 산기상시散騎常侍 등의 관직을 거쳐 관내후關內侯에 추증되었다. 위 문제 조비의 황초(黃初: 220~226) 연간에 부름을 받아 오경五經을 정리하고 ≪황람皇覽≫을 편찬하였으며, 명제曹叡 때에는 순선荀詵 등과 함께 법령을 제정하여 [신률新律] 18편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율략론律略論≫을 저술하기도 하였으며, 다시 경초(景初: 237~239) 연간에는 [도관고과都官考課] 72조, ≪설략說略≫ 1편을 지었다. 그는 문학에도 뛰어나 [조도부趙都賦]를 지어 명제로부터 찬탄을 받은 뒤 계속하여 [허도부許都賦], [낙도부洛都賦] 등을 지었다. 그리고 음악에도 밝아 ≪악론樂論≫ 14편을 짓기도 하였으며 그 외 ≪법론法論≫, ≪인물지≫ 등 백여 편을 지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온전히 전하는 것은 이 ≪인물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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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의 영웅론

모름지기 영웅이란 가슴에는 큰 뜻을 품고, 뱃속에는 좋은 계략이 있으며, 우주를 감싸서 숨기는 지모와, 천지를 삼켰다 뱉었다 할 배포를 가진 자이어야 하오."
(夫英雄者胸懷大志腹有良謀有包藏宇宙之機吞吐天地之志者也).

유비가 물었다. "누가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까?" 조조는 손으로 유비와 자신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지금 천하의 영웅은 그대와 이 조조뿐이오!" 
그 말에 유비는 깜짝 놀라 손에 든 젓가락을 저도 모르게 땅에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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