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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 #61 닷 섬 들이 박

by 허성원 변리사 2022. 2. 11.

닷 섬 들이 박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위왕이 내게 큰 박의 씨앗을 주기에 그걸 심었더니 다 자라서 닷 섬 들이나 되는 열매가 열렸다네. 물을 담으면 무거워서 혼자 들 수가 없고, 쪼개어 바가지를 만들면 평편하여 뭘 담을 수도 없었네. 그래서 크기만 크고 쓸모가 없어 부숴버렸다네.” 이에 장자가 대답했다. “그대는 큰 것을 쓰는 데 서투르구려. 닷 섬 들이 박을 큰 술잔 같은 배로 만들어 강이나 호수에 띄울 생각은 어찌 하지 않았소?”

장자 소요유에 나오는 오석대호(五石大瓠, 닷 섬 들이 박) 에피소드이다. 한 섬이 쌀 두 가마이니 그 크기가 가히 짐작이 간다. 다루기가 적잖이 버겁겠지만 그것은 주어진 가용 자원이다.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사용하는 주인의 깜냥에 달려있다. 혜자는 쓸모를 찾지 못해 부숴버렸지만, 장자 같은 이라면 배로 만들어 강에서 유람을 즐길 것이다. 이처럼 다루는 사람에 따라 창출되는 가치가 크게 달라지는 자원을 가리켜 닷 섬 들이 박이라 할 수 있다. '닷 섬 들이 박'은 기업의 경영 환경에서도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거나 나타나고 사라진다. 그것은 물건이나 사람이기도 하고, 때론 국가 제도나 시대 변화일 수도 있다.

특허제도만 하더라도 많은 기업에게 편치 않은 대표적인 '닷 섬 들이 박'이다. 특허를 잘 활용하는 기업은 기술경쟁력과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성장과 번영을 누린다. 그들에게 특허는 풍요를 가져다준 흥부의 박이 된다. 하지만 특허 침해 공격을 받아 곤혹을 치룬 기업에게는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수도 있으니, 이때는 주인에게 재앙을 내리는 놀부의 박과 같다. 다른 제도들도 필경 쓰기에 따라 여러 모습을 가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같은 큰 시대의 변화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변화에 수반된 기회를 잘 통찰하고 적절히 변신하면 시대 변화는 축복의 선물이 될 수 있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변화의 거센 파도에 휩쓸려 생존을 위협 받게 된다.

닷 섬 들이 박중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이다. 인재가 가진 잠재력을 제대로 알아보기도 어렵지만 적절히 발휘하게 만들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소 잡는 칼이 닭 잡는데 쓰이는 일이 예사로 일어난다. 그래서 리더의 역할이 무겁다. 뛰어난 인재를 발굴하고 적재적소의 임무를 부여하여 그 역량을 꽃피우게 하는 것이 리더의 기본적인 책무이다. 이러한 리더의 책무와 관련하여 주역(周易)의 곳곳에서 이견대인(利見大人)’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이견대인(利見大人)’이란 대인(大人)을 만나면 이롭다는 말이다. 대인(大人)은 지혜와 덕이 뛰어난 사람을 가리키며, 조직의 생존이나 성장에 큰 이로움을 가져다주는 사람이다. 그런 대인이 리더가 필요할 때마다 시의적절하게 스스로 찾아와 이로움을 베풀어주지는 않는다. ‘볼 견()’은 단순히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거나 자각하고 분별해내는 것을 말하고, ‘이로울 리()’는 주어진 이로움을 그저 누리는 것이 아니라 이로움이 발휘되도록 애써 노력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견대인(利見大人)’, 세상 사람들 중에서 자신의 상황에 최적의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인을 잘 분별해서 찾아내고, 그의 도움으로 자신의 이로움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처신하라는 말로 해석된다. ‘닷 섬 들이 박과 같은 대인 즉 인재는 널려있다. 그 가운데에서 최적의 인재를 찾아내고 그로부터 조직에 필요한 이로움을 구해내는 일이 리더가 해야 할 의무인 것이다.

인재가 모여 조직을 만든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는 조직 그 자체가 닷 섬 들이 박이 된다. ‘닷 섬 들이 박의 운명이 그 주인의 역량에 달려있듯, 조직의 흥망성쇠도 리더의 통찰적 지혜와 리더십에 의해 가름된다. 기업이든 국가든 그 조직이 가진 잠재력을 리더가 제대로 끌어내어 발휘하게 하면 그 조직은 성장과 발전을 지속할 수 있다. 그 역의 경우는 물론 쇠퇴와 몰락의 길이다.

리더에게 주어지는 모든 외부 자원은 닷 섬 들이 박이다. 이들 외부 자원의 성패는 결국 리더의 내부 역량에 의해 결정되니, 그 내부 역량 역시 리더가 잘 다루어야 할 또 다른 닷 섬 들이 박이다. 리더가 자신의 잠재능력을 올바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래서 그 활용마저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그 리더와 그의 조직에게 매우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러니 리더는 자신 내부에 잠재된 '닷 섬 들이 박'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다룰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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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위왕이 내게 큰 박의 씨앗을 주기에 그걸 심었더니 다 자라서 닷 섬 들이나 되는 열매가 열렸다네. 물을 담으면 무거워서 혼자 들 수가 없고, 쪼개어 바가지를 만들면 평편하여 뭘 담을 수도 없었네. 그래서 크기만 크고 쓸모가 없어 부숴버렸다네.” 
이에 장자가 대답했다. “그대는 큰 것을 쓰는 데 서투르구려. 한 송나라 사람은 손이 트지 않게 하는 데 효험이 좋은 약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으로 대대로 남의 솜을 빨아주는 일을 했다오. 한 객이 그 이야기를 듣고 찾아와 그 처방을 백금에 사겠다고 청하였소. 그는 가족들을 모아놓고 의논하며 말했소. '우리가 대대로 솜을 빨아주는 일을 해왔는데, 불과 몇 푼 벌지 못했다. 이제 하루 아침에 이 기술로 백금을 벌 수 있으니, 그에게 넘기도록 하자.' 객은 그것을 얻어 오나라 왕을 설득하였소. 월나라가 침범하자 그를 장수로 삼으니, 겨울의 수전에서 월나라를 크게 패배하게 만들었다오. 그러자 오나라 왕은 땅을 쪼개어 그에게 봉지를 내렸소. 손트지 않는 기능한 같은데 어떤 이는 봉지를 받고 어떤 이는 솜 빠는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오. 그것은 기술을 쓰는 방법이 달랐기 때문이오. 지금 그대가 닷 섬 들이 박을 가지고 있는데, 그 박을 큰 술잔 같은 배로 만들어 강이나 호수에 띄울 생각은 어찌 하지 않고, 평편하여 아무 것도 담을 수 없다는 걱정만 하는 것이오? 그대는 어찌 생각이 그리 막혔는가!”

惠子謂莊子曰:「魏王貽我大瓠之種,我樹之成而實五石,以盛水漿,其堅不能自舉也。剖之以為瓢,則瓠落無所容。非不呺然大也,吾為其無用而掊之。」 莊子曰:「夫子固拙於用大矣。宋人有善為不龜手之藥者,世世以洴澼絖為事。客聞之,請買其方百金。聚族而謀曰:『我世世為洴澼絖,不過數金;今一朝而鬻技百金,請與之。』客得之,以說吳王。越有難,吳王使之將。冬與越人水戰,大敗越人,裂地而封之。能不龜手,一也;或以封,或不免於洴澼絖,則所用之異也。今子有五石之瓠,何不慮以為大樽而浮乎江湖,而憂其瓠落無所容?則夫子猶有蓬之心也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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