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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 #37 구유는 나누고 수레는 합쳐라

by 허성원 변리사 2021. 8. 15.

구유는 나누고 수레는 합쳐라

 

친구 회사에서 미래 먹거리를 위한 개발팀을 구성하고 팀을 이끌 우수한 인재 둘을 영입하였다. 그들이 이끄는 희망의 쌍두마차는 순조롭게 출범하는 듯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팀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조직의 운영 방식과 리더십 등의 마찰에서 시작하여 증폭된 두 핵심인력 간의 알력이 그 팀을 위태롭게 만든 것이다.

말은 구유를 나누고, 돼지는 구유를 합쳐라(분조위마分槽喂馬 합조위저合槽喂猪)'고 하였다. 말은 천성적으로 성정이 급하고 자존심과 호승심이 강하다. 그래서 하나의 구유에 함께 기르면 서로 견제하여 제대로 먹지를 못해 성장이 더디게 되고 구유 싸움으로 발길질하여 다치기도 한다. 이와 달리 돼지는 혼자 따로 먹이를 먹는 것보다 함께 어울려 먹이는 것이 좋다. 서로 밀고 다투면서 먹어야 다부지게 그리고 많이 먹는다. 경쟁이 식욕을 높여 성장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인재도 그렇다. 말 특히 천리마형 인재는 대체로 개별 능력, 전문성, 성취의지가 강하다. 그런 만큼 남에게 쉬이 승복하지 않고 타인에 대한 배려나 화합은 비교적 약하다. 비슷한 인재가 함께 있으면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여 에너지를 허비한다. 그래서 각기 독립적인 일을 맡겨서 제 능력껏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돼지형 인재는 부대끼고 다투거나 협력하면서 의욕과 역량을 발휘하므로, 동일한 과업을 수행하는 팀을 이루거나 각자 경쟁적으로 일하게 하는 것이 개인의 성장과 성과 창출에 유리하다.

천리마형 인재는 구유 즉 일을 나누어야 한다. 하지만 팀, 회사 등 공동의 목표가 있다면 그들은 하나의 수레를 함께 끌어야 하는 운명공통체가 된다. 강한 독립적 가치관을 가진 천리마들이 각자의 자존감을 유지하면서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공동의 목표인 하나의 수레를 끌게 만드는 것은 거버넌스의 예술이다. 거버넌스는 상충되는 다양한 가치, 이해관계, 권력, 분배, 정서 등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조율하면서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의사결정 시스템으로서, 여러 말을 마차에 연결하는 멍에와 끌채와 같다. 멍에와 끌채가 없으면 우수한 천리마가 아무리 많아도 마차를 옮기지 못한다. 구유가 일이라면 수레는 성과이며, 끌채는 말과 수레 사이의 거버넌스 시스템이다.

기업의 업무도 독립성이 강한 천리마형 업무와 상호보완적인 돼지형 업무가 있다. 천리마형 업무는 대체로 부서 혹은 사업부가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그런 독립 조직들 사이에서는 사일로 효과(Silo Effect)’가 발생하기 쉽다. 사일로는 곡식 등을 저장해 두는 높은 굴뚝 형상의 창고이다. 사일로처럼 각 부서들이 다른 부서와 교류하지 않고 자기 부서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현상을 사일로 효과라 한다. 부서 간의 경쟁이 과열되고 부서이기주의가 강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래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사일로 금지(No-Silo)’ 원칙을 내세워 그 예방을 위해 노력한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우리는 규모면에서는 거대 자동차 기업들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우리 경쟁력은 '지능과 민첩성'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능과 민첩성'은 테슬라 내부의 부서주의 경향에 저항을 받고 있습니다. 부서주의는 회사의 성장에 따라 나타나 회사를 오염시키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관리자는 회사 내부에 정서적으로 '우리''저들'을 창조하거나 어떤 형태로든 소통을 저해하는 '사일로'를 만들어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합니다. 사일로 형성은 안타깝게도 자연스런 경향이기에 우린 적극적으로 싸워야 합니다. 부서들이 서로 장벽을 쌓아놓고 그들의 성공을 회사의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것으로 보는 것을 어떻게 하든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한 배를 타고 있습니다. 자신의 일은 부서가 아닌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기억하여야 합니다.“

스티브 잡스도, 독자 수익 체계를 갖춘 독립 사업부들이 협업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해 실패한 소니의 사례를 들면서, 애플은 하나의 결산서만이 존재하는 단일의 응집력과 유연성을 갖춘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스스로를 죽이지 않으면 남에게 죽임을 당한다"고 경고하였다.

천리마는 비록 구유는 나누더라도 수레는 반드시 함께 끌어야 한다. 나쁜 천리마는 없다. 나쁜 구유와 나쁜 끌채가 있을 뿐이다.

 

 

진시황 당시의 4두 마차. 시안 박물관에서 2017.9.15. 촬영.

 

** 참고1
分槽喂马和同槽养猪  

 

** 참고2
수레의 구조 : 멍에와 끌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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