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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 #26 성인을 만나지 못한 기린이 슬프다

by 허성원 변리사 2021. 5. 29.

성인을 만나지 못한 기린이 슬프다

 

나는 무리 중에서는 봉황이 가장 빼어나고, 달리는 무리 중에서는 기린이 가장 빼어난 짐승이다. 그래서 재능이 뛰어난 젊은이를 '기린아'라 부른다. 가공의 상서로운 동물 '기린(麒麟)'은 사슴의 몸과 소의 꼬리에 뿔이 하나로서, 인(仁)을 머금고 의(義)를 품으며(含仁懷義) 성인의 출현을 예고한다. 신성한 일각수라는 점에서 서양의 상상 속 동물 유니콘(Unicorn)과 닮았다.

이 고귀한 동물이 사람에게 잡혔다. 노애공(魯哀公)이 대야(大野)에서 사냥을 할 때(BC481년) 숙손씨의 마부가 잡아왔는데, 상서롭지 못하다 여겨 죽여버렸다. 공자가 그 말을 듣고 탄식하며 말했다. "기린이 나타나는 것은 밝은 임금의 출현을 위함인데, 그 때가 아닌 때에 나와서 해꼬지를 당하는구나. 내 이를 슬퍼하노라." 공자는 이 ‘획린(獲麟, 기린을 잡다)’에 대한 기재를 끝으로 춘추(春秋)의 집필을 멈추었고, 얼마 후 세상을 떴다. 그래서 ‘획린’은 절필(絶筆, 붓을 꺾다)이나 임종(臨終, 명을 다하다)의 뜻으로도 쓰인다.

공자 사후 1200년도 더 지나서 당나라 명 문장가 한유(韓愈)가 ‘획린해(獲麟解)’라는 글로 기린이 잡힌 연유를 풀었다.

“기린이 영물이며 그 상서로움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집에서 기르지 않으니 항상 이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기린이 있다 하더라도 알아보지 못한다. 알아보지 못한다면, 그것을 ‘상서롭지 않다’고 해도 마땅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린이 나오면, 반드시 성인이 있어 자신의 자리에 있을 것이다. 기린은 성인을 나오게 할 것이고, 성인은 필시 기린을 알 것이니, 결국 기린이 상서롭지 못하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기린이 기린일 수 있는 까닭은 덕(德) 때문이지, 생김새 때문이 아니다’라고 했다. 만약 기린이 출현했는데 성인을 맞이할 수 없다면, 곧 ‘상서롭지 않다’고 하여도 마땅하리라.“

요컨대, 기린과 성인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니 기린이 출현하면 응당 성인이 나타나야 한다. 성인을 만난 기린은 상서롭다 할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한 기린은 상서롭지 못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이다.

'획린해'는 뛰어난 인재가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실을 에둘러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이 글에서 '기린'을 '유망한 스타트업'으로 대치해보아도 좋은 비유가 된다. 스타트업이 아무리 기린처럼 빼어났다 하더라도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메인스트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없다. 그 '누군가'를 '성인(聖人)'이라 부르도록 하자. 스타트업에게는 다양한 '성인'이 필요하다. 기업의 굳건한 틀을 구성하는 핵심 인력, 기회를 밝혀주는 조력자, 경영 역량을 보완하는 멘토와 전문가, 자금을 제공하는 투자자 등과 같은 귀인(貴人)이 바로 성인이라 할 것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구글의 에릭 슈미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유튜브의 수전 워치츠키는 등은 달리 이의가 있을 수 없는 세계적인 기린아들이다. 이들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으니, 그들 모두가 빌 캠벨이라는 걸출한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는 점이다. 특히 수전 워치츠키는 구글의 창업 당시 자신의 차고를 빌려주어 그 거대한 기업이 탄생하게 하는 산파역을 맡았었다. 그리고 스타트업에게 있어 가장 절실한 성인은 투자자일 것이다. 투자자는 스타트업에게 희망과 생존력을 제공하는 천사(엔젤)이다. 이처럼 모든 성공한 리더들에게는 빌 캠벨과 같은 멘토, 수전 워치츠키와 같은 조력자, 엔젤투자자 등 많은 '성인'들이 반드시 존재한다.

적절한 성인을 만난 스타트업은 이 세상에 상서로운 존재가 되어 유니콘으로까지 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인을 제대로 만나지 못한 스타트업은 광활한 비즈니스의 세계를 제 힘껏 달려보지도 못하고, 심지어는 조롱이나 해꼬지의 대상이 되어 쓸쓸하게 사라지니, 공자를 슬프게 한 기린처럼, 많은 관련자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스타트업은 부단히 탄생하고 있고 온갖 성인들은 다들 제 자리에 있다. 스타트업이 성인을 갈구하듯, 성인들도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기린과 같은 스타트업을 갈망한다. 하지만 기린임을 알아 볼 수 없다면, 스타트업은 상서로울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성인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니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그러니 진정 달려보고자 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성인들 앞에 나서 스스로 기린임을 명백히 증명하라.

 

 

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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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린해(獲麟解) _ 한유(韓愈)

댓글1

  • 해주 2021.06.05 12:47

    기린이 태어나기 까지(기린이 되기 전에)
    그냥 어리디 어린 사슴이였는지도
    모릅니다 ㅡ 기린은 그냥 태어나는것이
    아니라 ㅡ 인고의 노력과 심혈의 몰입으로
    응어리 되는 의지의 결정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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