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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 #25 나뭇잎을 흔들려면 그 밑동을 쳐라

by 허성원 변리사 2021. 5. 16.

나뭇잎을 흔들려면 그 밑동을 쳐라

 

지게를 져본 적이 있는가. 어릴 때 농사일을 돕느라 지게로 짐을 져서 날라 본 적이 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일어서려면 허리를 숙여야 하는데, 그러면 짐이 머리를 넘어 앞으로 쏟아질 판이라 혼자 일어설 수조차 없다. 동료의 입장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도우면 좋겠는가.

그 방법은 의외로 매우 간단하다. 조력자가 뒤에서 지게를 사정없이 앞으로 밀어주면 된다. 뒤에서 미는 힘이 느껴지면 지게꾼은 반사적으로 뒤로 뻗대게 되고, 그러다 자신도 모르는 새 일어서게 된다. 뒤에서 미는 힘과 앞에서 뻗대는 힘의 합력이 벌인 물리학적 효과의 마술이다. 이런 실전 노하우들을 일머리라 부른다.

주목왕(周穆王)의 마부인 조보(造父)가 밭일을 하고 있을 때, 한 부자가 수레를 타고 지나가다 말이 무엇에 놀랐는지 움직이질 않는다. 아들은 말을 당기고 아비는 수레를 밀면서 조보에게 수레 미는 도움을 청하였다. 조보는 도구를 거두고 수레에 올라타서 그 아들도 오르게 한 후, 고삐를 당기고 회초리를 들자, 미처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말은 달려 나갔다. 조보가 말을 다룰 능력이 없었다면, 비록 온 힘을 다해 그들을 도와 수레를 밀었다 하더라도 말을 움직이게 하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이처럼 힘들이지 않고 사람들에게 덕을 베풀 수 있었던 것은 말을 다루는 기술이 있어서이다.”

한비자(韓非子) 외저설(外儲說)에 나오는 검비지책(檢轡持筴, 고삐를 당기고 회초리를 들다)’이라는 고사이다. 한비자는 이 고사를 들어 말한다. “나라는 군주의 수레이고, ()는 군주의 말이니, 그것을 다루는 술()이 없으면 아무리 몸으로 애를 쓰더라도 나라의 어지러움을 면할 수 없다. 다루는 술()이 있어야 몸을 편히 하면서도 제왕의 공덕을 이룰 수 있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마차를 모는 것과 같다. 군주가 군사력이나 왕권과 같은 강력한 세()를 구축하였어도, 그 세()를 적절히 다루는 술()이 부족하다면, 나라는 방황과 혼란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한비자의 가르침이다. 그 술()이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의 일머리인 셈이다. 한비자는 그 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보충하고 있다.

나무를 흔들려고 하는 사람이 그 잎을 일일이 잡아당겨서야 힘만 들 뿐 두루 미칠 수가 없다. 그 밑동을 좌우에서 치면 잎이 모두 흔들리게 된다.” “그물을 잘 치는 자는 그 벼리만 잡아끌면 된다. 수많은 그물눈을 일일이 당겨서 잡는다면 힘들고 어렵게 된다. 벼리를 잡아끌면 고기는 이미 자루 속에 들어있는 법이다.” “불을 끄려고 하면서, 관리에게 항아리를 들고 불로 달려가게 하면 한 사람의 몫을 이용한 것이지만, 채찍을 들고 지휘하여 사람들을 재촉하게 하면 만 명을 통제할 수 있다.”

한비자가 말하는 ()’의 요체는 부본엽요(拊本葉搖, 밑동을 쳐서 잎을 흔든다)’로 요약된다. 나무의 밑동이나 그물의 벼리와 같은 존재인 중간 관리자를 통하는 것이다. 이는 현대 경영학에서 말하는 권한위임(empowerment)’을 의미한다. 회사나 조직을 이끄는 현대의 리더들도 경영권이나 리더십이라는 세()를 다루는 데 있어, ‘권한위임의 술()을 이미 널리 활용하고 있다. 권한위임은 중간관리자에게 임무를 할당하여 권한과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조직 효율성을 제고하는 보편적인 경영 기법이다.

그런데 자율적인 권한위임 시스템을 잘 구축해두고서도, 리더가 부하들의 일을 주섬주섬 떠맡는 경우가 있다. 그런 일을 '어깨 위의 원숭이'(Monkey on Shoulder)라 한다. 부하가 조언을 구했을 때, '내게 맡겨주게' 혹은 '내가 생각해 보겠네'라고 말했다면, 그 순간 부하의 원숭이가 리더의 어깨로 옮겨 탄 것이다. 자칫 방심하면 어깨 위의 원숭이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정신없이 소란을 떨어, 리더의 업무와 시간 관리를 성가시게 방해한다.

'어깨 위 원숭이'는 부하에게 업무주도권을 확실히 이양하고 그것을 어김없이 지키게 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다. 혹 넘겨받은 원숭이가 있으면 즉시 처리하여 되돌려 보내야 하고, 그럴 수 없다면 애초부터 아예 넘어오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 부득이하게 넘겨받았다면 그 수를 철저히 제한하고, 언제라도 되돌려 줄 수 있도록 약속해두는 것이 좋다. '()'에 능한 리더는 원숭이 관리에도 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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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들이 늘 시간이 부족한 이유, 어깨 위 원숭이

 

관리자들이 늘 시간이 부족한 이유, 어깨 위 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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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본엽요(拊本葉搖)

 

나뭇잎을 흔들려면 그 밑동을 쳐라(부본엽요 拊本葉搖)

나뭇잎을 흔들려면 그 밑동을 쳐라 부본엽요(拊本葉搖) 나무를 흔들려고 하는 사람이 그 잎을 일일이 잡아당겨서야 힘만 들 뿐 두루 미칠 수가 없다. 그 밑동을 좌우에서 치면 잎이 모두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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