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적재산권보호/특허의도

[특허도덕경] 특허, 덕행을 이룰 것인가 공명을 남길 것인가 _ 제10장

by 허성원 변리사 2021. 4. 29.

만들고 모으라
만들되 갖지 말고
이루되 기대지 말고
펼치되 다스리지 말라.
이를 큰 덕이라 한다.

生之畜之(생지축지) 生而不有(생이불유) 爲而不恃(위이불시) 長而不宰(장이부재) 是謂玄德(시위현덕)
_ 도덕경 제10장(제51장)

**
2014년 1월, 테슬라 자동차는 그들의 특허(약 200건)를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All Our Patent Are Belong To You"


그에 따라 테슬라의 전기자동차 기술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일론 머스크는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를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우리가 함께 배를 타고 있다고 생각하자.
배에는 몇 개의 구멍이 있으니,
물을 퍼내야 한다.
우리가 가진 양동이의 디자인이 매우 뛰어나다.
이것으로 우리가 남들보다 물을 잘 퍼낼 수 있다하더라도,
그 양동이 디자인을 함께 써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다른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할 것을 권한다. 그게 옳은 일이다. 그들이 시장에 참여하고 계속 반복하여 개선하여 더욱 더 좋은 전기차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류의 이동수단에 대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는 지금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길 원한다."

"우리의 진정한 경쟁자는 소량 생산하는 비 테슬라 전기차가 아니라, 매일 온 세계의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가솔린 자동차입니다."

기술 리더십이라는 건 특허로 규정되는 게 아니다. 특허는 마음먹고 달려드는 경쟁자를 물리치는 데 작은 역할을 할 뿐이라는 것을 지난 역사가 여러 번 보여주었다. 진정한 기술 리더십은 세계의 가장 재능있는 엔지니어들을 끌어들이고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의 특허 공개 철학은 테슬라의 입장을 약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강화시켜줄 것으로 믿는다.

(“Technology leadership is not defined by patents, which history has repeatedly shown to be small protection indeed against a determined competitor, but rather by the ability of a company to attract and motivate the world’s most talented engineers. We believe that applying the open source philosophy to our patents will strengthen rather than diminish Tesla’s position in this regard.”)

 

 

 

 

**
테슬라의 특허 공개 정책은 도덕경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헌하고 있다.
꾸준한 기술 개발을 통해 특허를 만들고 모은다. 그 특허를 그저 가지고 있지 않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다. 그리고 특허에 기대어 비즈니스를 강화하려 하지 않고, 시장을 확장하되 특허로 시장을 다스리려 하지 않는다.
다만 전기차가 더 빨리 더 많이 확산되는 것을 그들의 목적으로 삼았다. 진정으로 큰 덕이라 할만하다.

**
한편 특허는 권리자에게 적잖은 짐이 되기도 한다.
특허도 생로병사를 겪는다.
늙거나 병들어 힘이 떨어진 특허는 실질적인 효력은 발휘하지 못하면서 비싼 비용만 소모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애써 개발했던 기술에 대한 특허를 차마 죽이지 못한다.
특히 담당자는 만일의 경우를 생각하여 더욱 결정하기 힘들다.
그렇게 꾸역꾸역 연차료만 지불하며 명맥을 유지하는 특허가 적지 않다.

마치 흰코끼리와 같다.

**

'흰 코끼리'는 태국, 버마 등 동남아의 불교 국가에서 매우 신성한 존재이다. 워낙 드물게 태어나기도 하지만, 석가모니의 모친인 마야부인이 흰 코끼리가 옆구리로 들어오는 태몽을 꾸고 석가모니를 배태하였기 때문에 신성하게 취급되며, 태국에서는 나라의 수호신으로 대접받기도 한다.
태국 등의 설화에 따르면, 국왕이 마음에 들지 않은 신하가 있으면 '흰 코끼리'를 선물한다고 한다. 신하의 입장에서는 국왕이 하사한 신성한 흰 코끼리를 정성을 다해 기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코끼리의 수명이 사람보다 길고 하루에 200kg 전후의 먹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코끼리를 죽을 때까지 건강히 기르려면 보통의 재력과 정성으로는 감당할 수 없으니, 그 신하의 물질적, 정신적 고통이 어느 정도일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별 쓸모도 없으면서, 유지 노력이나 비용은 많이 들고, 그렇다고 쉽게 버릴 수도 없는 그런 물건을 '흰 코끼리'라 부른다.
어느 회사나 가정에 그런 '흰 코끼리' 적잖이 있다. 비싸게 사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사연이 있어서나 들인 비용 때문에 남주기에는 아까운 그런 물건들..

그래서 쓸모를 다한 '흰코끼리' 특허는 안락사를 통한 명예로운 퇴진의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
언젠가 열국지를 읽다가 뽑아놓은 말이 있다. 

"소홀의 죽음은 삶보다 훌륭하고, 관중의 삶은 죽음보다 훌륭하다."
[召忽之死也(소홀지사야) 賢其生也(현기생야) 管仲之生也(관중지생야) 賢其死也(현기사야)]

소홀과 관중은 공자 규를 주공으로 모셨다.
공자 규는 포숙이 받드는 공자 소백과의 권력 쟁탈전에서 밀려 죽임을 당한다.
이에 소홀과 관중은 죄인의 신분으로 제환공에게 끌려가는 신세가 된다.
이 때 소홀은 관중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대는 살아서 신하 노릇을 하라. 나는 죽어서 신하 노릇을 하겠다.
주공이 죽었는 데 적어도 함께 죽은 신하가 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대는 살아서 제나라의 패업을 달성시켜라. 그렇게 하여 주공의 살아있는 신하로서 공명을 이루어라.
죽은 자는 덕행을 이루고 산 자는 공명을 이룬다(死者成行 生者成名).'

그러고는 스스로 목숨을 거둔다.
이후 관중은 제환공의 재상이 되어 제환공이 춘추시대의 첫 번째의 패자의 반열에 오르게 한다.

관자(管子) 제 7권 제18편 대광 (大匡) _ 施伯進對魯君曰 …

**
테슬라의 특허는 그 독점배타적인 효력을 죽임으로써 큰 덕행을 이루었다.
기업에 짐이 되는 '흰코끼리' 특허도 포기를 통해 짐을 덜어주는 작은 덕행을 이룰 수 있다.
한편, 살아있는 특허들은 나름대로  그 기술력이나 독점력으로 공명을 이룬다.

그래서 특허 중에는
소홀과 같이 죽어서 덕행을 이룬 것이 있는가 하면,
관중과 같이 살아서 공명을 남기는 것이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