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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 #34 전문직과 귀게스의 반지

by 허성원 변리사 2021. 7. 31.

전문직과 귀게스의 반지

 

영화 패신저스는 동면 상태의 승객들을 태우고 120년간 항해하여 다른 행성으로 가는 우주선 내에서 일어난 이야기이다. 주인공 짐은 시스템 오류로 90년이나 일찍 동면에서 깨어난다. 대화상대로는 로봇 바텐더밖에 없는 그곳에서 1년간 외로움과 싸우다 동면중인 오로라를 발견하고, 깊이 갈등하다 결국 그녀를 깨우고 만다. 오로라는 짐과 연인이 되고, 결국 그가 자신을 깨웠음을 알게 되어 분노하고 좌절한다. 그리고 갈등, 위기, 감동으로 스토리가 이어진다. 이 영화는 자신의 행위를 상대가 알지 못하거나 어찌하지 못하는 전능적 권능을 가진 자가 타인의 인생에 임의로 개입하는 행위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최근 뉴스에 있었다. 영국의 한 의사가 마취 중인 환자의 간에 아르곤 빔으로 자기 이름 이니셜을 새겼다. 수술 긴장을 풀기 위했다고 한다. 동료 의사에게 발각되어 재판에 넘겨지고 벌금 및 5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영국의사협회가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더 엄한 처벌이 가해져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옛날 리디아에 귀게스(Gyges)라는 목동이 있었습니다. 양을 돌보던 중 천둥 번개 후 갈라진 땅의 틈으로 들어가 보니 문이 달린 청동 말과 그 안에 시신이 있었지요. 시신은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있었는데, 그것을 가지고 나와 끼고 돌려보니 사람을 보이지 않게 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는 반지를 이용하여 왕궁으로 몰래 들어가 왕비를 겁탈하고 왕마저 죽이고는 왕이 되었습니다.’

'귀게스의 반지'는 플라톤의 '국가' 중에서 글라우콘이 소크라테스에게 들려준 예화이다. 글라우콘은, 누구나 남다른 힘이나 권력을 가지게 되면, 아무리 선량한 사람이라도 탐욕이나 이기심을 이기지 못해 정의를 지키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안전하게 부정을 행할 수 있다면 인간은 누구나 악행을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완벽하게 나쁜 사람의 유형으로서 선장이나 의사와 같은 전문가를 상정하며 말한다. 그들은 항상 할 수 있는 일만 하고, 실수를 하더라도 즉시 바로 잡으며, 아무리 부정을 저질러도 들키지 않습니다. 사람들을 잘 속이기에 근거도 남기거나 꼬리도 잡히지 않으며, 착하지도 않으면서 착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아주 나쁜 짓을 해도 잘 막아내어 항상 평판이 좋습니다. 부정이 폭로되면 교묘하게 변명하고, 인력이나 자금 동원하여 항상 자신을 지켜냅니다.’

그리고 덧붙인다. ‘그러니 현명한 삶이란 선량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선량하게 보이도록 행세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나쁜 사람들의 삶은 매우 순탄하여, 선량하게 보이는 모습으로 국가를 지배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여자와 결혼도 합니다. 불의를 즐겨 온갖 사리사욕을 취하며, 재산이 많아 선심을 베풀어 친구를 많이 만들고, 미운 자는 쉽게 제거하기도 합니다. 신들에게 풍족한 재물을 바치고 찬양할 수 있으니 선량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신에게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착한 사람의 삶과 나쁜 사람의 삶의 차이입니다.“

글라우콘의 말은 정치 권력자뿐만 아니라, 의사, 변호사, 변리사 등과 같은 이 시대의 전문직들의 가슴을 뜨끔하게 한다. 전문직들이 가진 자기 분야의 전문 지식과 능력은 일반인들이 쉽게 알아챌 수 없는 '귀게스의 반지'의 효력과 같다. 그들의 능력이 사리사욕에 쓰이며 일반사람들의 업과 삶을 해친다면 글라우콘의 우려가 현실이 된다. 그래서 전문직들에게는 더욱 엄격한 직업윤리가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글라우콘의 우려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답은 그 이전에 나눈 트라시마코스와의 대화 속에 들어 있다. “(의사나 선장 등)의 어떤 기술이나 통치도 그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을 위한 것이다. 즉 기술은 환자와 같은 의료 기술의 대상, 통치는 국민과 같은 통치의 대상에게 주는 것이오. 그러니까 통치자로서의 강자는 자신의 이익을 도모한다기보다는 통치 받고 있는 약자의 이익을 도모하여야 하오."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처럼, 전문직들의 지식과 능력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그러니 잊지 말아야 한다. 전문직들의 운명은 보통 사람들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 이타적으로 살도록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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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게스의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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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올바른 삶) _ '국가' 1권 중

- 소크라테스 : 의사가 의사로 불리고 선장이 선장으로 불릴 수 있는 것은 의술이나 항해술을 가졌기 때문이오. 의사는 환자의 이익을 위해 의술을 써서 환자의 몸을 관리하는 사람이지 돈벌이를 일삼는 자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선장도 선장의 이익을 위해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배를 탄 사람들의 이익을 염두에 두면서 지휘하여야 합니다.
통치자도 이와 같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통치자는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우지 않고, 국민들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지시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기술이나 어떤 통치도 그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 즉 기술의 대상, 통치는 통치의 대상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오. 그러니까 통치자로서의 강자는 자신의 이익을 도모한다기보다는 통치받고 있는 약자의 이익을 도모한다고 봐야 하오. 그리고 참된 통치자는 자신의 이익을 돌보지 않고 언제나 대상의 이익(국민의 이익)을 돌보기 마련이오. 그런 의미에서 그들에게도 돈이건 명예건 보수가 주어여야 하며 그 지위를 거부할 경우엔 형벌이라도 주어여야 하는 거요.

- 글라우콘 : 소크라테스 선생님, 그것은 무슨 뜻입니까? 명예나 돈을 보수로 주는 것은 알겠지만 형벌에 대해서는 모르겠습니다. 형벌이 어떻게 보수가 될 수 있는지요?

- 소크라테스 : 자네는 훌륭한 사람들의 성향을 잘 모른단 말인가? 야심과 탐욕이 그들에겐 명예롭지 못한 것으로 취급된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훌륭한 사람에게 돈이나 명예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네. 고용된 자라는 인상을 받는 게 싫어 보수를 바라고 국가를 통치하지도 않을 뿐더로 직권을 이용해 사리를 취하지도 않네. 그것은 도적 같은 짓이니까. 또한 야심가도 아니므로 명예에도 관심이 없네.
그러므로 어떤 필연성이 주어질 때 그들을 통치자의 지위에 오르도록 하기 위해서는 형벌로써 그덕을 강요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런데 실은 훌륭한 사람들에게 가장 고약한 형벌이란, 통치자의 자리를 거부하였을 때 겪을 수 있는 사태, 즉 자기보다 열등한 사람에게 지배를 받는 사태를 초래했을 경우네. 그래서 어떤 국가에 뛰어난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통치의 권좌에 대한 경쟁은 치열해지는 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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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전문직은 어떤 분야의 학문 내지는 과학의 이론구조에 대한 이해이며, 이런 이해에 부합하는 여러 가지 능력에 기초하여 실천되는 직업인 것이다. 이 이해와 이들의 능력이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실천적 제문제에 적용된다. 전문직은 고객에 대한 이타적 서비스에 윤리적 요청이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밀러슨(Millerson)은 21명의 평가자에 의해 열거된 특성을 분석하고 가장 높은 빈도의 것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든다. 첫째, 전문직은 이론적 지식에 기초한 기능을 필요로 한다. 둘째, 그 기능은 훈련과 교육을 필요로 한다. 셋째, 전문직 종사자는 시험에 합격하는 것과 같이 자신의 능력이 입증되어야 한다. 넷째, 행동규범을 준수함으로써 청렴성을 보여야 한다. 다섯째, 공공의 복리에 도움이 되는 봉사를 해야 한다. 여섯째, 전문직은 조직화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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