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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 타인의 행복한 성공을 돕는 존재

by 허성원 변리사 2021. 4. 24.

타인의 행복한 성공을 돕는 존재

 

말을 매우 아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광주리로 말똥을 받고, 대합 그릇으로 오줌을 받아내었다. 어쩌다 등에가 말 등에 붙어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쫒기 위해 불시에 말의 등을 때렸다. 그러자 말이 놀라서 재갈을 물어뜯고 머리를 들이받으며 가슴을 걷어찼다.

장자 인간세에 나오는 에피소드이다. 말을 진정으로 아낀다면 말의 입장이나 성정을 고려하여 말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했어야 한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애정에 도취되어 정작 그 대상인 상대를 잊어버렸다. 결국 아끼는 말에게서 그런 낭패스러운 상황을 겪게 된 것이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아무리 좋은 의도을 가졌더라도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행위는 낭패를 가져올 수 있다.

'인간(人間)'이라는 말은 '사람 사이'라는 뜻이니, 사람은 불가피하게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한다. 그리고 관계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다. '영향'은 교육, 우정, 사랑, 협력, 갈등 등 다양한 다른 표현으로 불리며, 서로의 삶에 변화를 가한다. 모든 인간은 반드시 다른 누군가와 '영향'을 교환하고 그에 의해 함께 변화를 겪는다. 이러한 영향의 주고받음은 인간의 숙명인 동시에, 누려야할 권리이자 감수해야할 의무일 수도 있는가.

말 키우는 사람의 에피소드와 비슷한 일들은 자녀교육, 남녀관계, 상하관계 등 온갖 인간관계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빈번히 일어나지만, 특히 본인대리인사이에서도 적잖이 볼 수 있다. 최근 화제가 된 공공기관 임직원의 부동산 투기나 한 유명 연예인의 매니저인 친형 부부의 횡령 문제 등이 그러하다. 공공기관은 국민의 대리인이고, 매니저는 연예인의 대리인이다. ‘대리인본인의 의뢰를 받아 그를 위해 일을 대신 처리하는 의무를 진 사람이지만, 그들 역시 개인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이기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본인의 이익이나 정서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특히 업무에 필요한 정보와 그에 대한 접근 능력이 대리인에게 편중되어 있는 경우에는, 대리인의 행동을 본인이 온전히 파악할 수 없어 본인의 감시감독이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나 변리사와 같이 업으로서 본인을 대리하는 전문직에게는 특히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것이다.

업무상 다양한 대리인을 만난다. 분쟁을 수행할 때 만나는 일부 상대방 대리인의 행위를 보면, 과연 이들이 대리인의 역할과 본인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행동하는지 의문이 갈 때가 있다. ‘본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리인자신의 가치관을 실현하거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분쟁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경우도 있고, 의뢰인인 본인의 정서에 과도히 감응되어 전문가 대리인으로서의 객관적 시각을 잃은 경우도 있다.

얼마 전 수행했던 특허 분쟁사건은 아무리 보아도 소송에서 판결로 해결하기보다는 양쪽 모두에게 더 바람직한 길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상대방 대리인을 만나 협상 여지를 타진해보았다. 그런데 그는 너무도 전투 의지로 잘 무장되어 있었다. 자신의 역할을 마치 본인을 대신하여 결투나 스포츠 경기에 나선 전사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적잖이 불편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국 양쪽이 만족하는 멋진 협상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분쟁은 비록 이해의 충돌로 일어나는 갈등이긴 하지만, 반드시 승패를 가려야만 하는 전투나 게임이 아니다. 소송이든 경기이든 승패라는 것은 결코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니, 그런 불확실한 미래의 결과에 개인이나 기업의 명운을 온전히 걸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을 항상 의식하여야 한다. 승패의 리스크를 안전하게 회피하면서, 더 아름답고 평화적이며 창의적이고도 지속가능한 형태의, 그러면서도 양측 모두에게 행복한 그런 승리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그런 행복한 승리를 본인이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대리인의 진정한 의무이다.

분쟁 당사자는 항상 상대에 대한 응징이나 짜릿한 승부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분쟁 당사자는 '성공'을 원한다. 그 성공은 많은 경우 경제적인 데 있지만, 단순히 정서적인 부분에 있거나 사회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에 창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크고 많다. 특히 기업의 경우라면 지속가능한 경영이 보장되고 더 많은 가치를 더 효율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큰 성공으로 여길 것이다.

그래서 모든 대리인은 반드시 기억하여야 한다. 대리인은 타인의 행복한 성공을 돕는 존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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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신저스는 다른 행성으로 가는 우주선 내에서 일어난 이야기이다. 동면상태의 승객들을 태우고 120년간 항해하여야 한다. 주인공 짐은 시스템 오류로 90년이나 일찍 깨어난다. 1년간 외로움과 힘들게 싸우다 동면중인 오로라를 발견한다. 결국 그는 외로움을 누르지 못하고 그녀를 깨우고 만다. 오로라는 짐과 연인이 되지만, 그가 자신을 깨웠음을 알게 되어 분노하고 좌절한다. 그리고 갈등, 위기, 감동으로 스토리가 이어진다.
이 영화는 타인의 인생에 얼마나 개입할 수 있는지에 관련하여 인간의 윤리를 생각하게 만든다. 어떻게 이해하려하든, 아무리 외롭고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타인의 인생을 제멋대로 변경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누구든 그 상황에 처한다면 언제까지나 옳음을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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