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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칼럼

[경남시론] 공자는 '싱어게인'의 우승 순위를 이미 알고 있었다

by 허성원 변리사 2021. 2. 15.

공자는 ‘싱어게인’의 우승 순위를 알고 있었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
지지자知之者 불여호지자不如好之者, 호지자好之者 불여낙지자不如樂之者)
_ 논어論語 옹야편雍也篇

최근 인기를 끌었던 오디션 방송인 싱어게인이 얼마 전에 끝났다. 출연하는 가수들의 가창력이 뛰어난데다, 출연자의 호칭을 익명의 숫자로 명명하여 게임과도 같은 흥미를 유발하였고, 거기다 각자 나름의 인생 스토리까지 재미를 더해주었다. 심사위원들의 진중한 경청 태도와 평가 내용도 좋았다. 특히 그들의 실감나는 리액션은 시청자들의 심리를 잘 대변해주었다.

최종 방송에서 순위는 30호 이승윤, 29호 정홍일, 63호 이무진이 각각 1, 2, 3위를 차지하였다. 누가 우승할 것인지 굳이 예상해보지는 않았지만, 결과를 보니 딱히 불만은 없다. 설사 그 순위가 다소 바뀌었더라도 수긍이 갔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노래 실력은 3위를 한 이무진이 가장 나아보였다. 어쩌면 저렇게 녹아들 것 같은 아름다운 목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특히 '휘파람'은 그 멜로디와 가사의 여운이 아직도 머리와 가슴에 온전히 남아있다. 그의 목소리는 하늘이 내려준 천재적인 재능이다. 이 친구의 감미로운 노래를 자주 찾아 듣게 될 것 같다.

2위 정홍일은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라커다. 락이 내 취향과는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 오랜 기간을 언더그라운드에서 꼬장꼬장하게 자신의 음악세계를 지켜온 그의 성실한 노력과 음악에의 애정, 및 온몸을 내던지듯 쏟아내는 열정에 경의를 보낸다. 그리고 그의 노래에는 함께 소주라도 한 잔 나누어야 할 것 같은 처연함이 묻어있다.

1위를 한 이승윤은 창의적 파격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가창력에 있어서 그다지 두드러져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퍼포먼스는 갈수록 심사위원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시청자들을 짜릿하게 만들었다. 특히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에서 그의 파격적인 연출은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 한 심사위원이 그의 파격을 가리켜 장르가 30라 하였다. 그는 그 스스로가 하나의 장르가 된 것이다. 틀을 깨는 파격을 보여주었지만, 그것이 그 자신의 틀이 되었다. 이에 대해 그는 또 한 번 기가 막힌 말을 한다. “저는 다양한 걸 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데 틀을 깨는 음악인이라는 틀에 또 갇히고 싶지 않다.”

이처럼 이승윤은 잘 놀았다. 자신만의 창의력과 파격으로 노래를 완전히 가지고 놀고, 심사위원과 청중의 마음까지 쥐락펴락하며 가지고 놀았다. 그는 철저히 음악을 즐겼다. 이에 비해 선비라커라 불린 정홍일을 보면 경륜, 노력, 성실 등과 같은 키워드가 떠오른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오랜 기간 성실히 노력하며 경륜을 쌓았다. 나이가 가장 어린 3위 이무진은 시종 진지했다. 그는 자신의 천재적 재능을 잘 알고 있었고, 어떻게 하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재능을 아낌없이 발휘하였고 그것은 성공하였다.

이처럼 이무진은 자신의 재능과 그 표현방법을 아는 사람즉 지지자(知之者)이고, 정홍일은 자신의 음악세계를 깊이 사랑한 좋아하는 사람즉 호지자(好之者)이다. 그에 비해 이승윤은 음악에 자신의 창의력을 마음껏 투입하여 파격을 즐기며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즐기는 사람즉 낙지자(樂之者)이다.

최종 결과를 보니, ‘아는 사람인 이무진은 좋아하는 사람인 정홍일을 이기지 못하였고, ‘좋아하는 사람정홍일은 즐기는 사람이승윤을 이기지 못하였다. 매사가 그렇다. 아무리 지식이 높아도 애정을 가지고 임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아무리 애정이 깊어도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역시 공자가 옳다.

공자께서는 약 2500년 전에 싱어게인의 우승 순위를 예견하였다.

(* 2021. 3. 4. 경남신문 경남시론에 게재)

 

 

 

댓글1

  • 이동욱 2021.02.22 11:12

    공자의 혜안에 다시 한번 감탄하며, 또한
    그 혜안을 현실에 시의적절하게 투영하시는 변리사님의 안목에도 존경을 표합니다.
    우리가 일을 하면서 앎과, 좋아함을 넘어 즐길 수 있기까지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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