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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 #10 머뭇거리는 천리마는 노마보다 못하다.

by 허성원 변리사 2021. 2. 7.

머뭇거리는 천리마는 노마보다 못하다.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천리마의 핵심역량은 빠름과 끈기에 있다. 그런 천리마도 달리지 않고 망설이고 있으면 느린 노마(駑馬)가 더디 걷는 것만 못하다(騏驥之跼躅 不如駑馬之安歩 _ 사기 회음후열전). 사나운 호랑이도 머뭇거리면 벌이 쏘는 것만 못하고, 순임금이나 우임금과 같은 뛰어난 지혜를 가졌더라도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으면 말 못하는 사람의 손발 짓만 못한 법이다. 아무리 뜻이 높고 능력이 뛰어나도 실행이 뒤따르지 않으면 몽상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유독 의사결정이 더딘 기업들이 있다. 새로운 일을 도모할 때 내부와 외부의 담당자들이 온갖 사항을 조사 분석하고 빈번히 토론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애써 만든 보고서가 최종 결정권자의 책상에만 올라가면 기약 없이 잠을 잔다. 담당자의 재촉에도 반응이 미지근하면 이내 다들 맥이 빠져 의욕을 잃는다. 그러다 한참 시간이 지나서 잊을만하면 다시 거론하자고 부랴부랴 서두르지만, 이미 김이 다 빠져버린 열의가 제대로 되살아날 리가 없다. 천리마와 같은 역량을 지닌 기업도 그렇게 머뭇거리면, 또박또박 한 걸음씩 나아가는 느린 노마와 같은 조직을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손자병법에서는 지체된 완벽은 졸속만 못하다’(巧遲不如拙速교지불여졸속)고 하였다. 완벽을 기하느라 머뭇거리면 병사들은 무뎌져 예기가 꺾이고 만다(鈍兵挫銳). 차라리 다소 미흡하더라도 졸속(拙速)이 더 바람직하다고 가르친다. 졸속은 혹 그 결과가 부적절해도 적어도 그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 망설이느라 실행조차 해보지 않으면 그나마 배움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머뭇거리는 천리마는 배움도 없다.

그런데 천리마가 달리고자 하여도 길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도리가 없다. ‘천리마도 좁은 길을 달릴 때는 느린 노마(駑馬)와 다투어야 한다’(驥馳狹路爭駑馬기치협로쟁노마_고려 문인 임춘林椿의 도김열보悼金閱甫). 천리마에게는 천리마의 길이 있다. 천리마가 노마들이나 다니는 좁은 길에 끼어들면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오히려 노마들의 평화로운 질서마저 방해한다. 뛰어난 천리마일수록 제게 적합한 길을 선택하여야 한다.

''이란 것은 목적지를 향한 방향이고, 비전을 이루기 위한 행동지침이다. 길의 방향이 잘못 되면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원하는 비전을 이룰 수 없다. 전국시대 위()나라 왕에게 신하 계량(季梁)이 이렇게 간하였다.

저는 길에서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는 남쪽의 초나라로 간다고 하면서 마차는 북쪽을 향해 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초나라로 간다면서 어찌 북쪽으로 가고 있으시오?’라고 물으니, 그는 이 말은 아주 잘 달립니다라고 답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말이 아무리 잘 달려도 그쪽은 초나라로 가는 길이 아닙니다라고 하자, 그 사람은 나는 돈을 많이 가지고 있고, 마부의 마차 모는 기술이 훌륭합니다라고 엉뚱하게 답했습니다.”

남쪽으로 가고자 하면서 북쪽으로 마차를 몰면 목표로부터 오히려 멀어질 수밖에 없다. ()나라 백거이(白居易)의 신악부(新樂府)에 실려 있는 고사로서, 이로부터 수레의 끌채는 남쪽으로 향하는 데 바퀴는 북쪽을 향하다라는 뜻의 남원북철(南轅北轍)’이라는 성어가 유래하였다. 덕을 베풀어 천하의 패자가 되기를 추구하면서 옆의 조나라를 무력으로 복속시키려 하는 왕의 모순됨을 일깨워준 탁월한 비유의 간언이다.

남원북철의 사례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멋진 비전을 가진 기업이 있다. 인적 자원도 나쁘지 않다.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비전을 향해 전력 질주하면 큰 성취를 이룰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그런데 정부지원사업과 같은 눈앞의 작은 이익이나 부수입꺼리에 자원을 분산시켜 낭비한다. 현실과 이상이 해리되어 결국 고귀한 비전을 공염불로 전락시키고, 기업은 방황한다.

모든 성취는 실행의 결과이며, 실행의 핵심은 속도보다는 방향에 있다. ‘진보성장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감이다. ‘올바른 방향나아감중 하나가 빠진 것을 실패 혹은 방황이라 한다. 실패하거나 방황하는 천리마는 옳은 길을 또박또박 걷는 노마를 결코 능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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猛虎之猶予 不若蜂蠆之致螫 騏驥之跼躅 不如駑馬之安歩 孟賁之狐疑
不如庸夫之必至也 雖有舜禹之智 吟而不言 不如瘖聾之指麾也
_ 史記 淮陰侯列傳

맹호가 머뭇거리면 벌침으로 쏘는 것만 못하고,
천리마가 망설이고 있으면 노마(駑馬)가 더디 걷는 것만 못하다.
맹분(孟賁)같은 용사도 여우처럼 의심이 많으면 일개 필부가 결행하는 것만 못하고
, 우임금의 지혜를 가지고도 입을 닫고 말을 않으면 벙어리나 귀머거리의 손발짓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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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마도 좁은 길을 달리면
노마와 다투어야 하고,
범이 떠난 빈 산에서는
천한 여우가 춤을 춘다.

驥馳狹路爭駑馬 (기치협로쟁노마)
虎出空山舞孼狐 (호출공산무얼호)
_ 임춘(林椿도김열보(悼金閱甫)

 

*천리마리더십 칼럼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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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원 변리사 칼럼]#3 백락을 가졌는가
[허성원 변리사 칼럼]#4 백락을 만났는가
[허성원 변리사 칼럼]#5 백락이 있은 후에 천리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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