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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 #7 천리마 감정법과 노마 감정법

by 허성원 변리사 2021. 1. 10.

천리마 감정법과 노마 감정법

주평만(朱泙漫)이란 자가 있었다. 그는 지리익(支離益)에게서 용()을 도축하는 기술을 배웠다. 천금의 가산을 탕진하며 3년만에야 그 재주를 이어받았다. 그러나 용이 없으니 그 재주를 쓸 곳이 없었다. 장자(莊子) 열어구(列禦寇)에 나오는 도룡지기’(屠龍之技)의 고사이다.

용을 도축하는 능력은 귀한 기술이다. 하지만 용을 가져다주는 사람도 그것을 원하는 사람도 없으니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귀한 것이라도 쓰일 곳이 없으면 헛된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그 개발자나 경영자는 자신의 기술이나 제품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야심을 가지고 열정을 쏟아 붓는다. 하지만 몇 소수만이 시장에 안착하고, 나머지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외면당하여 결국 도룡지기와 같은 운명으로 도태되고 만다.

미국 미시건주의 앤아버에는 실패박물관이 있다. 창립자인 로버트 맥메스는 1960대 후반부터 신제품을 사 모으기 시작하여 1990년에 박물관을 설립하고, 현재 약 12만개의 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소장품 중 팔할 이상은 이미 망하여 시장에서는 자취를 감추었지만, 이 박물관에는 남아있다. 그래서 원래 그 박물관의 명칭은 신상품박물관’(New Product Works)이었는데, 대부분의 전시품이 결국 시장에서 실패한 것들이기에 실패박물관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 곳에는 코카콜라의 카페인 콜라, 펩시의 무색 콜라, 하인즈의 보라색 케첩, 애플의 개인용 전자비서 뉴턴 등 대기업의 실패 상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우수한 기술개발 능력과 시장 대응 능력을 가진 대기업도 그런 쓴 실패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그 많은 실패가 다른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자본이 두둑한 대기업들과 달리, 새로운 기술로 야심차게 세상이 뛰어드는 스타트업들의 운명은 선지자들의 삶과 닮았다. 대중의 지지를 받아 메인스트림(Main Stream) 시장에 안착하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성장은커녕 생존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초기에는 얼리어답터들의 지지를 받고 고무되어 꿈에 부풀어 달리지만, 막상 메인스트림 시장에 이르면 그 문턱에서 대부분 주저앉고 만다. 그곳에는 캐즘(Chasm)이라 불리는 죽음의 계곡이 있기 때문이다. 캐즘은 스타트업의 온갖 생존역량을 철저하게 시험하여 가차없이 걸러내고, 극소수에게만 통과를 허용한다.

기존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새 상품 혹은 새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내세운 창업은 천리마를 발굴하는 것과 같다. 그 개발과 창업은 천리마 발굴과 마찬가지로 고도의 역량과 혜안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 이후의 생존의 길도 지난하여 생존율이 낮고 실패율은 매우 높다.

그래서 천리마 감별사 백락(伯樂)은 미운 제자에게는 천리마 감정법을 전수하고, 아끼는 제자에게는 노마(駑馬, 느리고 둔한 말) 감정법을 가르쳤다. 천리마는 어쩌다 드물게 나타나기에 그 성공은 드물고 더디지만, 노마는 매일 거래가 있어 실패가 드물고 이익은 빠르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비자(韓非子) 설림하(說林下)에 언급된 고사이다.

모든 비즈니스는 시장의 종속변수이다. 간혹 우수한 기술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그 시장을 언제까지나 온전히 지배하지 못한다. 그러니 시장을 초월한 비즈니스는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휴맥스의 변대규 대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실패한 벤처기업 대부분이 사업을 시장에서 기회를 찾는 것으로 보지 않고,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사업은 내 머릿속을 뒤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뒤지는 것이다.”

그렇다. 경영자의 의무는 시장의 욕구에 맞추어 기술과 사업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천리마와 같이 달리는 기술의 속도에 현혹되어 시장을 너무 지나쳐가는 우를 범하여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아무리 고귀한 목표를 가졌더라도 우선 생존하여야만 그것을 추구할 수 있는 법이다.

비즈니스는 한 방의 승부가 아니라 멀고도 긴 여정이다. 노마도 열흘이면 천리마가 하루 동안 간 길을 갈 수 있고(駑馬十駕 _ 荀子), 말 가는 곳에 소도 갈 수 있다(馬行處 牛亦去). 그 여정을 무엇에 올라타고 즐길지는 여행자가 선택할 문제이다.

천리마를 기다릴 것인가, 노마를 탈 것인가.

 

 

 

* 참고1

'도룡지기(屠技)'

(주평만학도룡어지리익)
成(단천금지가삼년기성)
巧(이무소용기교)

_장자(子) 잡편 열어구( 寇)

 

*참고2

칼럼 '도룡지기(屠技)'

 

* 참고3
'백락의 천리마 감정법과 노마 감정법'

伯樂(백락)
敎其所憎者相千里之馬(교기소증자천리지마)
敎其所愛者相駑馬(교기소애자상노마)
以千里之馬時一有(이천리지마시일유) 其利緩(기리완)
駑馬日售(노마일수) 其利急(기리급)
_ 韓非子 第23篇 說林()

 

댓글1

  • 광인 2021.01.24 02:19

    돌아보아 도룡지기의 내모습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ㅠㅠ
    천리마 감정과 노마감정법은 배워둬야하지않을까요?
    다만, 천리마를 양축할것인가? 노마를 양축할것인가?는 깊이 생각해야할 문제인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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