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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4 백락을 만났는가

by 허성원 변리사 2020. 12. 25.

백락을 만났는가


좋은 말을 팔려는 사람이 있었다. 사흘 동안이나 시장에 서있었지만, 아무도 그 말을 알아봐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백락(伯樂)을 찾아가서 말했다. “제게 준마가 있어 이를 팔려고 사흘 동안 장터에 서있었지만, 아무도 말조차 걸지 않습니다. 바라옵건데 선생께서 제 말()을 한 번 둘러봐주신 다음 가시다가 슬쩍 뒤돌아봐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하루치 벌이를 바치겠습니다.” 그래서 백락은 그 말()을 한 번 둘러보고 가다가 슬쩍 뒤돌아보고 떠났다. 그랬더니 대번에 말 값이 열 배로 뛰어올랐다.

저명한 상마가인 백락이 한 번 돌아봐준 것만으로 말의 가치가 열 배나 뛴 것이다. 유향(劉向)의 전국책에 실려 있는 이 이야기로부터 백락이 한 번 돌아보았다백락일고(伯樂一顧)’라는 고사성어가 유래하였다. 이 고사는 합종책(合縱策)을 폈던 소진의 동생 소대(蘇代), ()나라를 위해 제()나라에 유세차 들렀으나 제나라 왕을 만나기 힘들자, 제나라 왕의 신임이 두터운 순우곤을 설득하기 위해 이 비유를 들었다. 순우곤은 그의 말에 따라 백락의 역할을 해주었고, 그 도움으로 소대는 제나라 왕을 만날 수 있었다.

이 백락일고(伯樂一顧) 효과는 현대의 마케팅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기법이다. 소위 유명인 마케팅 혹은 인플루언서 마케팅(Influencer Marking)이라 불린다. 많은 광고 매체에서 연예인 등 유명인을 모델로 이용하는 이유이다. 제주도 등에서 좀 알려진 식당들의 벽면에 부착된 유명인사들의 사인, 파워블로거들의 평가, SNS 상의 댓글 수 등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신뢰도와 인지도를 높여주고, 그를 통해 많은 일반인들은 자신의 구매의지를 키운다.

이처럼 결정적인 선택이나 판단에 있어 동기를 부여하는 존재가 백락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수많은 백락을 만난다. 직업이나 직장, 인생의 중대한 터닝포인트, 귀한 고객이나 반려자와의 만남 등 현재 자신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모든 기회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귀인백락이 거의 반드시 존재한다. 주변의 가까운 지인으로서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작용한 사람일 수도 있고, 시공간을 달리하여 존재한 전혀 모르는 사람이 간접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내가 변리사가 되게 된 것도 어느 특허사무소 담당자의 말 한 마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기업 연구원 시절 나의 설계 아이디어로 특허출원을 준비하였는데, 특허사무소 담당자의 작성 내용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명세서의 의미와 내용을 꼬치꼬치 따지면서 보완 방향을 지적하고 제시해주었다. 그때 그 담당자가 말했다. “기술 전공한 배경을 가지고 논리적 사고가 강한 당신 같은 사람이 변리사가 되어야 하는데..”. 그 몇 년 후 나는 변리사가 되었다. 이름이나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는 내 직업 선택의 백락이다.

평생 반려자인 아내를 만나게 해준 백락은 이모였다. 지금의 절친한 친구나 나를 성장시켜주는 좋은 모임도 나를 그들에게 이끌어준 고마운 백락들이 있다. 우리 조직의 생존을 지켜주는 수많은 귀한 고객들도 잘 드러나지 않는 여러 백락들을 통해 알음알음의 소개로 찾아온다. 무엇보다도 인생에서 가장 고마운 백락은 나의 지적 세계를 넓고 깊게 열어준 수많은 책과 그 가르침일 것이다. 부족한 지혜를 항상 수시로 자책하고 반성하지만, 그나마 책을 통해 동서고금의 지혜를 접하지 못했다면 내 정신이 어찌 이만큼이나마 자랄 수 있었겠는가.

어찌 보면 기회와 백락은 세상에 너무 흔하게 널려있다. 온갖 유혹으로 포장되어 서로 진정한 백락이라 소리치며 따르기를 강요한다. 그래서 우리는 혼란스럽고 망설이게 된다. 미혹에 빠지지 않으려면 진짜 백락을 알아보는 통찰력을 갖춘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나 통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그건 실행력이다. 실행하지 못하면 어떤 변화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한 백락은 자신의 내부에 있다. 옳고 바른 길을 차갑게 통찰해내고, 스스로를 뜨겁게 행동하게 만드는 내부의 에너지가 진정한 백락이다. 그 진정한 백락을 만나보았는가.

(2020. 12. 29. 경남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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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원 변리사 칼럼]#1 인류의 위대한 발명, 천리마
[허성원 변리사 칼럼]#2 천리마를 가졌는가
[허성원 변리사 칼럼]#3 백락을 가졌는가
[허성원 변리사 칼럼]#4 백락을 만났는가
[허성원 변리사 칼럼]#5 백락이 있은 후에 천리마가 있다



** 참고

백락일고(伯樂一顧)

댓글1

  • 최은정 2020.12.25 10:05

    와...! 생각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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