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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자신보다 뛰어난 부하를 가졌는가

by 허성원 변리사 2020. 9. 11.

자신보다 뛰어난 부하를 가졌는가

 

가끔 놀라울 정도로 디테일에 강한 경영자들을 만난다. 회사 경영에 관해 모든 분야를 철저히 파악하고 깊이 관여하는 타입의 경영자이다. 모든 업무적 문제에서 항상 결정적인 솔루션을 제시하고 기술 지식에도 탁월하며, 심지어는 세무나 노무 혹은 특허와 같은 전문가 영역에서도 탁견을 자랑한다. 은퇴해도 좋을 나이임에도 모든 일을 일일이 열정적으로 챙기고 때론 젊은 직원들을 따끔하게 가르친다.

어떻게 그런 초인적인 능력과 열정을 유지할 수 있는지 한 분께 여쭈어봤다. 창업 초기부터 사람이 부족하여 직접 팔 걷어 부치고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새 사통팔달의 만능 실무자가 되어 있더라고 한다. 그러다 결국 자신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없고 딱히 믿고 맡길 사람도 없어, 회사가 커졌어도 어쩔 수 없이 직접 다 챙기고 있다며 팔자소관이라고 하소연한다.

가히 무불통지(無不通知) 경영자라 할만하다. 홀로 회사 경영에 있어 모든 것을 잘 알고 강력한 최종 결정권을 가졌기에, 어떤 이슈에서든 의사결정이 신속하고 일은 일사불란하게 추진된다. 하지만 다들 공통적으로 하나의 걱정이 머리에 떠오를 것이다. 그런 경영자가 잠시라도 아프거나 쉴 수는 있을까. 가장 잘 알면서 결정권과 지휘권을 가진 그런 사람이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회사는 제대로 돌아갈까. 모든 임직원은 이미 그의 지시를 잘 받드는 훈련만 되어 있기에, 누구도 그를 대신하여 감히 최종 의사결정이나 지휘를 하지 못한다. 가끔 후계자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무불통지 경영자는 그 후계자도 무불통지가 되기를 요구한다. 그 요구는 심각한 갈등이 되어 결국 버티지 못하고 떠나기도 한다.

정작 곤란한 문제는 그들이 대체로 카리스마와 고집이 강하여 자신이 결정한 방향에 대한 저항이나 반대를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대 의견이 있으면 반드시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확실히 증명해보이니, 이후 더 이상 반대가 나오질 못한다. 그리하면 회사는 웅변하는 한 사람의 리더와 침묵하는 다수의 순종자들로, 혹은 똑똑한 한 명의 리더와 멍청한 다수의 추종자들로 이루어진, 큰 머리와 허약한 몸통을 가진 기형 조직으로 되고 만다.

전국시대 위무후(魏武侯)는 일을 도모하는 데 있어 막힘이 없었다. 신하들이 그 능력에 미치지 못하니 위무후는 스스로 만족하여 조정에서 나오며 무척 기뻐하였다. 이를 본 오기(吳起)가 초장왕(楚莊王)의 사례를 들어 충고하였다. 초장왕이 어느 날 조정을 나올 때 매우 근심어린 표정이었기에 신하가 그 연유를 물었는데, 초장왕은 신하들의 능력이 자신에게 미치지 못함을 통탄하며 이렇게 말했다.

“'제후가 스승을 얻으면 왕자(王者)가 되고, 벗을 얻으면 패자(覇者)가 되고, 헤아리는 자를 얻으면 유지하고, 홀로 도모하고 자신보다 뛰어난 자가 없으면 망한다'고 했는데, 지금 나는 못나고 어리석은데 여러 신하들은 나에게도 미치지 못하니, 이 나라가 어찌 망하지 않겠소. 이것이 걱정스러운 것이오.”

신하들이 군주보다 능력이 모자라는 상황을 두고, 초장왕은 나라가 망할 것을 근심하는 데 반해, 위무후는 오히려 그와 반대로 기뻐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순자 요문편(荀子 堯問篇)에 나오는 고사이다.

기업도 나라와 다르지 않다. 무불통지형 경영자는 위무후의 교만을 버리고 초장왕의 근심을 배워야 한다. 리더의 진정한 역할은 추종자를 늘리는 게 아니라 다른 리더들을 키우는 데 있다. 부하들의 능력을 키우지 않고 그들을 이기려하는 리더의 조직이 어찌 성장이나 생존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의 묘비명에는 이렇게 기재되어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잠들어 있다.”

경영자들이여~ 귀사에는 귀하보다 더 뛰어난 부하가 얼마나 있습니까?

(2020. 9. 14. 경남신문 경남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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