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는 네 개의 '벼리'(維)가 있다
(國有四維)

_ 관자(管子) 목민편(牧民篇)


제례의 축문(祝文)은 항상 '維'자로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이를 '벼리 유'(維)로 읊는다. 
'벼리'는 사전에 보면 '그물 위쪽 코를 꿰어 놓은 . 잡아당겨 그물을 오므렸다 폈다 한다.'라 풀고 있다, 즉, '벼리'는 그물의 모통이들에 묶은 그물줄이다. 사람들은 이 그물줄을 당기거나 풀어 그물을 조작한다.
그러고 보니 '維'자가 축문의 발어사(發語辭)로 쓰이게 된 연유를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벼리'를 통해 제관의 지극한 정성이 축문에 이어졌음을 상정할 수 있겠다.

'벼리( 維)'는 사람과 그물을 연결하여 사람의 통제를 그물에 전달하는 유일한 통로이다.
벼리를 잃으면 그물도 잃는다. 그물은 오로지 벼리를 통해서만 그 존재의 이유를 증명할 수 있으니, 벼리를 놓친 그물은 그저 물을 오염시키는 쓰레기에 불과하다. 

나라에도 그 존재를 지켜주는 '벼리(維)'가 있다. 추시대 제환공(齊桓公)을 도와 패업을 이루게 한 명재상으로 관중(管仲)은 이렇게 말했다.

‘나라에는 네 가지 벼리가 있다.
하나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두 개가 끊어지면 위태로우며,
세 개가 끊어지면 뒤집어지고,
네 개가 끊어지면 멸망한다."

(國有四維 一維絕則傾 二維絕則危 三維絕則覆 四維絕則滅)
_ '管子' 牧民篇

관중은 그 네 가지 '벼리'를 '예의염치(禮義廉恥)'라 하였다.

‘예()는 절도를 넘지 않는 것이고,
의(義, 옳음)는 제멋대로 나아가지 않는 것이며,
염(廉, 바름)은 잘못을 숨기지 않는 것이고,
치(恥, 부끄러움)는 그릇됨을 따르지 않는 것이다.'

(禮不踰節 義不自進 廉不蔽惡 恥不從枉)

(**  踰는 넘을 유, 蔽는 덮을 폐, 枉는 굽을 왕)

<백범 김구 선생의 친필 '禮義廉恥'
안두희에게 암살되기 1년 전 경고장(京橋莊)에서 쓰신 글이라고 한다.>



어느 시대이든 '벼리'를 위태롭게 하는 사람이나 상황이 있기 마련이다. 건강한 나라는 '벼리'가 제 기능을 다하기에, 예의염치(禮義廉恥)가 굳건히 살아 있어, 사람들은 절도와 옳음을 지키고, 잘못을 숨기지 않으며 그릇됨에 대해 부끄러움을 안다. 그러나 국운이 기울 때에는 자신의 잘못을 숨기고는 뻔뻔하게 나서는 사람 즉 파렴치(破廉恥)한 사람들이 더욱 득세하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적으로 어느 때보다 심한 분열과 혼란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런 극심한 대립 속에서도 흘러가는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면, '예의염치'에 약간 더 힘이 실리는 듯하여, 이 나라의 '벼리'가 아직 제법 제 기능을 잘 유지해주고 있다는 희망적인 징후들을 적잖이 본다.

**
관중은 다음과 같은 말을 더하였다.

기울면 바로 잡을 수 있고
위태로우면 안정시킬 수 있으며
뒤집히면 바로 세울 수 있으나
멸망하면 다시 세울 수 없다.

 (傾可正也 危可安也 覆可起也 滅不可復錯也)


우리 대한민국은 아직 하나의 '벼리'도 끊어졌거나 끊어질 조짐이 없다.
그저 좀 흔들릴 뿐이다.


**
관중이 가르치는 네 '벼리' 
예의염치(禮義廉恥)는 국가에 한하지 않고 개인에게도 그래도 적용할 수 있을 듯하다.

기업에게는 어떻까?
내 임의로 그 의미를 부여해본다.

기업에게 있어,
예(禮)는 고객을 존중하고 그들에 대한 신의를 지키는 것이고, 의(義)는 시대의 변화를 이끄는 끝없는 도전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고객의 신의와 변화에 대한 도전 없이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그리고 염(廉)은 위기관리로 정의하여도 좋겠다.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모든 기업도 사고와 잘못을 피할 수 없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크고 작은 사고로 인해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그 위기를 헤쳐나가는 방법은 모두 달랐다. 상황을 더 악화시킨 기업이 있는가 하면, 그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전환하여 기업 이미지를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증진시킨 기업도 있다.

끝으로 치(恥)는 부끄러움을 아는 것, 즉 기업의 윤리를 지키는 것이다. 기업의 본질이 이익의 추구임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하고 이익에만 집중한다면, 결국 그 기업은 그 경영을 지속하지 못한다. 지속가능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기업 윤리이다. 

따라서, 이렇게 정리해본다.


'기업에게는 네 가지 '벼리'가 있다.
이들을 기업의 '예의염치(禮義廉恥)'라 한다.
예()는 고객을 존중하는 것이고,
의(義, 옳음)는 변화를 추구하여 도전하는 것이며,
염(廉, 바름)은 위기를 슬기롭게 관리하는 것이고,
치(恥, 부끄러움)는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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