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투지 않고 사는 법

_ 여곤(呂坤)의 신음어(呻吟語)


나는 쉰 살에 이르러서야
남과 다투지 않는 묘미 다섯 가지를 터득하였다.

사람들이 그것을 물어보기에 말한다.

재물을 쌓아둔 부자와는 를 가지고 다투지 않는다.

공명심이 큰 사람과는 지위를 가지고 다투지 않는다. 

뽐내며 나서기를 좋아하는 사람과는 명성 가지고 다투지 않는다. 

오만한 사람과는 를 가지고 다투지 않는다. 

감정적인 사람과는 옳고그름을 다투지 않는다. 


(余行年五十  悟得五不爭之味 人問之 曰
不與居積人爭富
不與進取人爭貴
不與矜飾人爭名
不與簡傲人爭禮
不與盛氣人爭是非)
_明나라 정치가 呂坤(여곤)의 呻吟語(신음어) '應務(응무)'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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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애초 다툼이 생길 여지를 미리 피하는 지혜를 가지라는 말이다. 세상살이가 어찌 그리 단순하겠는가.

생존을 위해 돈을 벌어야 살 수 있으니 돈으로 인한 다툼을 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지위와 명성은, 내가 그것들을 추구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부당하게 차지하여 대중을 핍박하려 드는 자들을 그저 멀거니 보고 있을 수만 없으니, 어찌 다툼을 피할 수 있겠으며, 예와 시비에 대해서도 사회악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면 방관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그저 세상의 시비에 대해 오불관언(焉)의 자세로 사는 것은, 단테가 지옥에도 들 수 없다는 "미지근한 영혼"의 길을 걷는 것일테니, 차라리 다툼을 피하지 않는 삶을 택해야 할 터이다.


** 모임 등에서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다툼꺼리가 종종 발생한다. 주로 정치적인 문제다.

여곤(呂坤)이 정치 견해차로 인한 다툼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보면, 그가 살았던 시절에는 정치적인 견해차가 그다지 큰 갈등을 일으키지 않았던 모양이다. 

최근 일본과의 경제 마찰이 거세지면서, 불가피하게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의 역사인식과 그에 따른 정치적인 성향이 숨김없이 노출되어 그 속내를 훤히 알게 된다. 내 정서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생각들이 많아 그들과 함께 하기가 정말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그런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는 가급적이면 논쟁을 피하려 노력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가만히 두고 보았다가는 모임 전체의 의사결정이 내가 절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나름의 요령을 터득했다. 애초부터 정치적인 사안의 거론을 금지하는 것이다. 먼저 현 정치 상황에 대한 나의 성향이 이 쪽인데 여기에 저 쪽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까 서로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말자고 말해둔다. 이 방법은 대체로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가끔 내가 요청한 이 룰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불편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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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 관점의 차이, 구조적인 갈등 등의 문제는 얼마든지 토론이나 논쟁을 통해 최적의 해결책을 도출해낼 수 있다.

그러나 사안에 따라서는 절대 다투어서는 안되는 것들이 있다. 바로 개인의 정체성과 관련된 것들로서, 종교, 국가관, 성별, 가문, 피부색, 정치 성향, 성적 취향 등과 같은 이슈들이다.

정체성 이슈는 다툼이나 타협으로 쉬이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개인의 존재 이유와 정체를 증명하는 가치이기에, 때로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려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들 주제는 애당초 논쟁의 테이블에 올릴 수 없는 절대 금기의 대상이다.

이를 가장 설득력 강하게 표현한 것이 아래 그림의 말일 것이다. 예를 든 것이 좀 그렇긴 하지만.. 여기서 '종교'는 정치 성향, 피부색, 성적 취향 등과 같은 정체성 언어로 대체될 수 있다.


종교는 남자의 거시기와 같은 것이다. 하나쯤 가지고 있어도 좋다. 그것을 자랑스러워해도 좋다. 하지만 드러내서 흔들어대지는 말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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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툼을 피할 수 없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스스로의 행복을 지키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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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허성원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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