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처럼 단단한 표주박은 쓸모가 없다.
_ 한비자 외저설 좌상


제나라에 전중(田仲)이라는 거사(居士)가 있었다. 송나라 사람 굴곡(屈穀)이 그를 만나 말하였다.
"선생께서는 남들과 서로 의지하며 먹고 살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표주박 기르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제가 기른 표주박은 단단하기가 돌과 같고 두꺼워서 구멍이 뚫리지 않습니다. 이것을 드리겠습니다."

전중이 대답했다. 
"무릇 표주박이라는 것은 뭔가를 담을 수 있어야 쓸모가 있는 것인데, 두껍고 구멍이 뚫리지 않는다면, 갈라서 물건을 담을 수 없으니 내게는 필요가 없습니다."

굴곡이 말했다.
"그렇지요. 저도 그걸 버리려 합니다."

지금 전중이 남들과 서로 의지하여 먹고살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나라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니, 단단한 표주박과 다를 바가 없다 할 것이다.


齊有居士田仲者, 宋人屈穀見之, 曰 穀聞先生之義, 不恃人而食。今穀有樹瓠之道, 堅如石, 厚而無竅, 獻之。 仲曰 夫瓠所貴者, 謂其可以盛也。今厚而無竅, 則不可以剖以盛物 而任重如堅石, 則不可以剖而以斟。吾無以瓠爲也。 曰 然, 穀將弃之。 今田仲不恃人而食, 亦無益人之國, 亦堅瓠之類也。_ 韓非子 外儲說左上


남들과의 교류를 차단하고 혼자만의 세상 속에서 사는 사람은, 사회와의 소통을 위한 통로가 없으니 구멍이 뚫리지 않는 표주박과 같다. 이런 사람은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없어 쓸모가 없다. 그리고 공기의 소통이 없으니 결국은 내부로부터 썩어서 소멸되고 말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남의 기술, 경쟁 기업의 특허 등을 배우려하지 않는 기업은 구멍이 뚫리지 않고 두께가 두꺼운 표주박과 같다. 세계적으로 연간 2백만건 이상의 특허가 새로이 공개된다. 이들 특허 중에는 필연적으로 기업의 업무영역에 속한 것들이 적잖이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도 기업의 대다수 연구원들은 그런 무상의 귀한 공개 기술 자료를 거의 찾아보지 않는다. 그런 연구원들은 오로지 자신이 배운 역량만으로 자신의 머리를 쥐어짜며 제품을 개발한다. 세상의 기술과 소통하지 않은 기술로 만든 제품이 과연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