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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 #18 찌그러진 제기와 깨진 밥그릇

by 허성원 변리사 2021. 4. 11.

찌그러진 제기와 깨진 밥그릇

 

아들이 졸업을 앞두고 학교 기숙사에서 나올 때였다. 개인 물건들을 싣고 와야 하는데 아무래도 승용차가 좁다. 그래서 아들이 의자 두 개 중 상태가 나쁜 것을 버리자고 한다. 살펴보니 그 의자는 입학 때 샀던 것이다. 등받이가 좌우로 나뉘어져 있고 허리받침도 있어, 바른 책상 자세를 위해 다소 비싼 감이 있었지만 큰마음 먹고 사주었다, 역시 상태는 별로이다. 지저분하고 낡은 데다 등받이는 덜렁거린다. 공간이 부족하니 정말 버리고 가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아들의 체취가 수년간 배어있는 물건을 어찌 함부로 쓰레기장에 버릴 수 있나. 가만히 보니, 달아난 나사를 구해서 채우고 더러워진 걸 닦아내면 그런대로 쓸 만할 것 같다. 그래서 가져가야 한다고 우기며, 부득부득 이래저래 자세를 바꿔 실어보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정도에서 쉽게 포기하는 건 교육적이지 못한 일이지. 식구들의 짜증스런 눈빛을 애써 외면하며 미련하게 계속 시도하였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아들이 의자를 상하로 분리할 것을 제안했다. 그렇게 하여 두 의자의 다리와 다리를 서로 얽어서 포개 보았더니 차의 뒷좌석 한쪽에 절묘하게 실어진다. 버려질 뻔했던 그 의자는 그렇게 구제되었다. 오는 길에 "아들아, 포기하지 않은 거 잘 한 거 같지?"라고 아들에게 슬쩍 물었다. 아들이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려주었다.

춘추시대 2대 패자(覇者)인 진문공(晉文公)19년 동안의 망명 유랑을 하다 귀국하여 임금이 된다. 오랜 고난의 망명 생활을 호언, 조쇠, 개자추 등과 같은 여러 충신들이 함께 해주었다. 이제 황하를 건너기만 하면 진나라 땅이다. 일행의 살림을 맡았던 호숙이 그동안 썼던 낡고 망가진 물건들과 남은 음식들을 일일이 배에 싣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진문공은 크게 웃으며, "내가 오늘 진나라로 들어가 임금이 되면 진수성찬을 먹게 될 텐데, 이따위 쓰레기 같은 물건들은 어디에 쓰려는 것인가?"라고 말하며, 강기슭에 모두 버리고 배에는 하나도 싣지 말라고 큰 소리로 지시하였다.

그 말을 들은 호언(狐偃)은 진문공에게 무릎을 꿇고 자신이 떠날 때가 되었다며 말한다. "신은 수년간 분주히 돌아다니며 겪은 일들로 넋이 놀라 이제 꺼질 지경이고, 심력도 또한 다하였습니다. 비유하자면 찌그러진 제기나 깨진 밥그릇과 같아서 다시 제상에 올릴 수 없고, 해진 볕가리개나 구멍난 돗자리와 같아서 다시 펼쳐 쓸 수도 없습니다. 신이 머물러도 공자께 아무런 이로움이 없고 신이 떠나도 전혀 잃는 바가 없습니다. 이런 까닭에 신은 떠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진문공은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뉘우쳤다. 그리고는 호숙에게 명하여 그 물건들을 다시 싣게 하였다. 부귀하게 되었다고 빈천하던 시절의 물건을 가벼이 여긴다면, 사람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호언(狐偃)은 그런 우려를 진문공에게 에둘러 간언하였고, 진문공은 그 뜻을 제대로 알아듣고 반성하였다. 가난하고 천하였을 때의 교우는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되고, 술지게미와 쌀겨를 먹으며 어려움을 함께 한 아내는 결코 내보내어서는 아니 되는 법이다(貧賤之交 不可忘, 糟糠之妻 不下堂 _ 後漢書).’

힘들었던 시절의 사람이나 물건을 가벼이 여길 수 없는 것은 단지 의리나 경제적인 이유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은 내 삶의 여정 속에서 지금의 나로 성장시켜준 그 세월을 이어주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시험 준비하던 시절의 서브노트들을 열어본다. 30년도 더 된 그 내용들이 지금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저 그 내용을 쓰고 외웠을 당시의 추억과 함께, 그 때 품었던 뜻과 절실했던 당시의 나를 다시 느끼면서, 지금의 해이해진 나를 가다듬고 싶어서이다. 그처럼 비록 현실에 도움은 되지 않지만, 추억의 타임머신이나 엄한 편달이 되어 자신을 되찾거나 바로잡아주는, 그래서 결코 가벼이 할 수 없는 그런 존재들이 누구에게나 있다.

조만간 20년 가까이 살아온 우리집을 좀 많이 수리하여야 한다. 부득이 오래된 많은 물건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벌써 아내와의 신경전이 은근히 시작되었다. 그런데 더 걱정되는 것은 차마 어찌하지 못할 내 마음 속의 갈등이다. 문득 데일 카네기의 말이 생각난다. “원하는 것을 갖는 것을 성공이라 하고, 가진 것을 원하는 것을 행복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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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늘 진나라로 들어가 임금이 되면 진수성찬을 마음껏 먹게 될 텐데, 이따위 쓰레기같은 물건들은 어디에 쓰려는 것인가?"
("
吾今日入晉為君, 玉食一方, 要這些殘敝之物何用?" 喝教拋棄於岸, 不留一些)

"신이 듣기로는, 지혜로운 신하는 군주를 존귀하게 하고 어진 신하는 군주를 편안하게 한다고 합니다. 신이 불초하여 공자를 오록에서 곤경에 빠트렸으니 이것이 첫 번째 죄입니다. 조나라와 위나라의 군주에게서 업신여김을 당하게 하였습니다. 이것이 두 번째 죄입니다. 공자께서 취한 틈을 타 제나라 성을 빠져나와서 공자를 화나게 하였습니다. 이것이 세 번째 죄입니다. 지난 번에는 공자께서 나그네로 떠도는 중이라 감히 물러나겠다고 아뢰지 못하였으나, 이제 진나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신은 수년간 분주히 돌아다니며 겪은 일들로 넋이 놀라 이제 꺼질 지경이고, 심력도 또한 다하였습니다. 비유하자면 찌그러진 제기나 깨진 밥그릇과 같아 다시 제상에 올릴 수 없고, 해진 볕가리개나 구멍난 돗자리와 같아서 다시 펼쳐 쓸 수도 없습니다
신이 머물러도 공자께 아무런 이로움이 없고 신이 떠나도 전혀 잃는 바가 없습니다. 이런 까닭에 신은 떠나고자 하는 것입니다."

("臣聞 '聖臣能使其君尊賢臣能使其君安.' 今臣不肖使公子困於五鹿一罪也受曹衛二君之慢二罪也乘醉出公子於齊城致觸公子之怒三罪也向以公子尚在羈旅臣不敢辭今入晉矣臣奔走數年驚魂幾絕心力並耗譬之餘籩殘豆不可再陳敝席破帷不可再設留臣無益去臣無損臣是以求去耳!")

이 말을 들은 진문공은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뉘우치고, 호숙에게 일러 버렸던 물건들을 다시 싣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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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해주 2021.04.15 09:13

    모든 만물은 귀한것이며
    깨지고 낡은 물건도 그럴진데
    하물며 사람을 헌신짝 버리듯
    한다면 사람이 人자를 구성치
    못함과 같지 않을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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