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밭에 80년 간 초병이 배치되어 있었던 이유



독일의 전신인 프로이센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는 1860년대 초에 러시아의 대사로 부임하여 있었다. 당시 러시아의 황제인 알렉산더 2세를 알현하던 중에 왕궁의 창문을 통하여 바깥을 보다가, 왕궁 잔디밭의 가운데를 지키는 초병을 발견하였다.

비스마르크는 그곳을 왜 지켜야 하는지가 궁금하여, 알렉산더 2세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황제는 경호담당관을 불러 물었으나, 경호담당관도 황제와 마찬가지로 그 이유를 모르고 있었고, 그저 자신들이 기억하는 한 그곳에 보초가 배치되어 왔다는 것이다. 황제는 총사령관을 불러 잔디밭 가운데를 초병이 지키게 한 이유를 알아보라고 지시하였다.





총사령관은 "그곳을 초병이 지키는 것은 오래된 관행입니다"라고 대답하자,
비스마르크가 물었다 "재미있는 일이군요. 그럼 그 관행은 얼마나 오래 되었습니까?"

이에 장군은 그것을 사흘동안 조사하였다. 초병 배치의 역사는 캐서린 대제가 통치하던 8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기록에 따르면 1780년의 어느 이른 봄날 아침, 캐서린 대제는 넓은 잔디밭을 바라보다가, 연약한 초 봄의 노란 수선화가 한 포기가 눈에 띄었다. 눈으로 덮인 동토의 대지를 뚫고 올라온 그 아름다운 꽃의 경이로움에 감탄하여, 캐서린 대제는 경호담당관에게 지시하였다. 


"누구도 저 꽃을 꺽지 못하도록 초병을 배치하라!"
 



<캐서린 대제 Catherine the Great>


그리고 나서 80년이 흘렀다. 그 작고 연약한 꽃이 단 한 번 피었을 뿐인 그 장소를 여지껏 초병이 경호하여 왔던 것이다. 황제는 비로소 초병 배치를 그만두라고 지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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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조직에서는 이런 '초병'이 없습니까?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아무도 이유를 묻지 않고 시간, 인력, 자원을 소모하고 있는 '초병'을 찾아보십시다.

데카르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것을 의심하라!
내가 의심하고 있다는 단 한 가지 사실만은 예외로 하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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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But we have always done it this way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



#1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 money.)


비싼 재료의 화폐(양화)와 싼 재료의 화폐(악화)가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함께 유통되면 양화는 사라지고 악화만이 통용된다는 말이다. 
이를 그레샴의 법칙(
Gresham's law)이라 부른다. 16세기 영국의 재무관 토마스 그레샴이 주장한 화폐유통의 법칙이다. 사람들은 실질 가치가 높은 좋은 돈 양화는 내놓지 않고 소장하고, 가치가 낮은 돈은 남에게 줄 때 사용하는 경향을 가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릴 때 구슬따먹기를 해본 사람은 이 말을 확실히 이해한다. 내기를 하는 과정에 불가피하게 구슬을 주고받게 된다. 이때 항상 가급적이면 헌 구슬을 내놓고 새 구슬은 가장 마지막까지 보유하고자 노력하기 마련이다. 이게 그레샴 법칙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다임(Dime) 은화가 유통되다가 화폐의 수요가 늘어 1965년에 동일한 다임의 구리로 만든 동화를 발행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몇 년 지나지 않아 은화는 시중에서 사라져버리고 동화만이 유통되었다. 사람들이 은화는 은닉해두고 동화만으로 거래를 하였기 때문이다.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한 모임에서 회비가 잘 걷혀 자금에 여유가 생기자, 누군가가 그 돈으로 금뱃지를 만들어 회원들이 부착하고 다니자는 제안을 하였다. 금뱃지가 회원으로서의 소속감과 자부심을 높여줄 것으로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이 동의를 하여 뱃지를 제작하였다.

그런데 걱정이 생겼다. 비싼 금으로 만든 뱃지를 분실하면 큰 손해가 생길 것이다. 그래서 좋은 대책이 나왔다. 금색의 모조 뱃지를 개당 몇 천원에 만들어 한두 개씩 나누어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뱃지는 아내가 어딘가에 잘 보관하고 있고, 나는 모조 뱃지만을 달고 다니고 있었다. 다른 회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싼 모조 뱃지가 비싼 금뱃지를 쫒아낸 것이다.



#2 

주막집 개가 사나우면 술이 쉰다


송나라 사람 중에 술장사가 있었다. 

그릇을 매우 청결하게 하고, 팻말을 아주 길게 달아놓았지만, 

술이 쉬도록 팔리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에게 그 까닭을 물으니, 마을 사람들이 말했다.

“공의 개가 사나워, 사람들이 그릇을 들고 들어가 공의 술을 사려하면 
개가 나와 물어버립니다. 이것이 술이 시도록 팔리지 않는 까닭입니다”

_ 한비자(韓非子) 외저설(外儲說) 右 



주막집 문을 지키는 개가 사나우면 손님이 떨어지고, 손님이 없으니 술이 쉴 수밖에 없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일부 담당자의 갑질이나 못된 행세가 협력사나 고객을 쫒는다. 우리는 자주 다니던 식당이나 이발관을 아주 작은 불만 때문에 발길을 쉽게 끊지 않았던가. 이러한 회사 내의 악화나 사나운 개는 다른 화폐가 아닌 대체불가능한 대상인 고객 등을 쫒아낸다는 점에서 화폐의 경우보다 훨씬 더 고약하다.

기업의 내부 사람들끼리에도 사나운 개가 있다. '퇴준생'이라는 신조어는 퇴사를 준비하고 있는 직장인이라는 뜻이다. 직장인은 항상 사표를 가슴에 품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퇴사자들의 퇴사 이유를 분석해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상관과의 부조화'로서 이직 사유의 40% 이상을 점한다. 나도 젊을 때 몇 번 직장을 옮겨본 경험이 있다. 모두 상관 때문이었다.
이처럼 기업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수많은 사나운 개가 설치고 다니면서 전도 유망한 젊은 인재들을 쫒아내고 있다. 물론 본인들은 자신이 사납다거나 자기 때문에 아까운 젊은이가 상처를 입고 떠났는지 모른다. 그저 요즘 애들의 얕은 참을성만 탓한다.

기업의 리더들이 기억하여야 할 말이 있다. 리더는 자신이 데리고 있는 사람들을 말 잘듣는 부하로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들을 또 다른 리더로 키워주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3

디지털 화폐는 악화인가 양화인가?


악화와 양화라는 말이 나온 김에, 요즘 뜨고 있는 디지털 화폐(암호화폐 혹은 가상화폐)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자.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디지털 화폐가 현재의 실물 화폐 시스템을 대체하여 과연 미래의 주류 통화로서 자리잡을 수 있는지 여부이다. 디지털화폐가 양화라면, 그레샴의 법칙에 따라, 다른 악화에 밀려 통용화폐의 지위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고, 악화라면 통용화폐의 안방 자리를 쟁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디지털 화폐는 현실의 물리세계가 아닌 오로지 가상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며, 그것을 만드는 들어가는 비용은 제로이다. 그 가치는 전적으로 사람의 인식과 신뢰에 의해서만 유지되며, 그 경제적 의미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없다. 그래서 현실 세계에서 값비싼 재료를 사용하여 여러가지 고도의 기술로 제작된 지폐나 동전에 비하면 디지털 화폐는 명백히 악화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만약 실물 화폐와 디지털 화폐가 동시에 통용된다면 실물 화폐는 사람들의 소장물로 되어 유통에서 사라지고 디지털 화폐만이 통용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바로 디지털 화폐에 뛰어드는 것은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나와있는 디지털 화폐의 종류는 2천종이 넘는다. 그 중에 살아남는 것은 손꼽을 몇가지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2018. 3. 22>



Posted by 허성원 변리사